씁쓸하게 하는 여성계의 주장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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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남존여비의 특성을 잘 드러내던 나라였습니다.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러움을 겪어야했던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은 그런 현상을 타파하여야할 인습이라는 것도 모른 채 순응하며 살아오셨습니다. 무조건적인 인내와 희생은 고상한 삶의 덕으로 여겨졌고 그렇지 못한 여인들은 사회적으로 외면을 당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때와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마음껏 역량발휘를 하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으며, 그에 비해 많이 위축된 듯한 남성들의 모습 역시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녀평등이니 여성상위니 하는 표현들은 어느덧 진부한 구시대 이야기처럼 여겨졌고 보다 더 강도 높은 주장들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몰아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든 사항을 통틀어서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것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큼 바람직한 모습(개인적으로 볼 때 사회에서 능력 발휘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린 것)일 것이며, 어떤 것은 부정적인 측면에서 왜 세상이 이렇게 되었나 싶을 만큼 답답한 모습(개인적으로 볼 때 호주제 폐지 같은 것)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만 부정적으로 여겨질 뿐 아니라 마음을 씁쓸하게 하는 한 가지 일을 다루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상속재산에 대한 논란입니다. 최근 법무부는 민법개정안에서 상속 재산 절반을 무조건 배우자가 상속한다는 항목을 추가하였습니다. 문제는 여성계가 이 법안에 대해 크게 반발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과 [한국여성민우회]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법무부가 말하고 있듯이 혼인 생활 중 부부가 협력하여 이룬 재산은 균등하게 분할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부부재산제도의 개정취지와 외국 입법례를 반영한 개정안 마련이라면 배우자에게 상속된다는 절반의 몫은 이미 배우자의 몫이었음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를 전제하고 나머지 절반에 대하여 상속분을 나눠야 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어차피 절반은 여성의 몫이니 그것은 제외시켜 놓고 나머지 절반 가운데서 여성이 균등하게 상속 재산을 분배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무부의 그런 제안은 입법취지에 맞지도 않으며 국민들을 현혹하는 것이니 그것을 수정하여 여성들이 나머지 남은 절반에서 상속 재산을 더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여성계의 반발은 눈꼴사나워서 보아주기가 어렵습니다. 50%를 받았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지 왜 남은 50%에서도 상속 재산을 더 받으려고 안달을 해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특별히 그처럼 나누어야할 대상 가운데는 바로 자신의 아이들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 자식들과 재산 싸움이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그렇게 해서 더 얻은 재산이라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혹시 옛날 헌신적으로 남편과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하던 우리의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이 바보 같았다는 생각을 할 사람들이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분들의 모습이 오늘날 자신의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의 의무와 헌신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들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성들의 권리를 박탈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자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여성계의 반응은 정작 아내와 어머니라고 하는 고귀한 이름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하찮게 만들어버리는 행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혈육 앞에서는 이익에 대한 관점을 접어둘 수 있는 것이 인간다움이며 가족다움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미 보장된 50%만으로 만족한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알거지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돈의 원리에 따라 가족 간에 불화가 자주 일어나는 시대에 여성계에서 공식적으로 돈 돈 하는 모습을 보니 더운 날 히터를 세게 틀어놓은 듯이 답답해집니다. 남녀평등도 좋고 여상상위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할 것이며 도대체 가족이라는 구성원을 하나로 묶고 있는 것이 돈인지 아니면 사랑인지에 대해서도 연구해볼 것을 여성계에 부탁해 봅니다.

기사입력: 2006/08/07 [11:1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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