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에 막나가는 고이즈미, 누가 좀 말려줘요!
8.15 신사 참배 적절 발언의 상징성
 
박지인 기자
임기 45일을 남기고 한,중,일이 우려하는 가운데 고이즈미 수상이 기어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말았다.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가 우리 정부의 항의를 전달받으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다. 더욱 말문을 막는 것은 자신의 신사 참배가 군국주의 찬양 및 우경화의 부활이 아닌 것이라고 해명했다.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앞에서 머리를 조아린 것은 전쟁 재발 방지와 선조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기 위함이라는 포장지를 씌운 것이다.

2001년 취임 이후 이번까지 6회에 걸쳐 야스쿠니를 방문한 고이즈미의 행동은 지극히 상징성을 띠고 있다. 기존 5번 참배는 아시아 주변국들을 의식, 반발을 피하기 위한 살짝 비켜가기로 변죽 울리는 날짜를 잡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이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의 신사 참배 화살에 대한 변명을 정당화하는 데에 한몫 더했다. 고이즈미는 "일시와 상관없이 신사 참배는 늘 비난을 받아 왔기에 올해는 8월 15일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궤변을 늘어 놓았다. 더욱이 한중 양국과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외교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도 말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 미화화해 온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행위는 2차 세계대전 아시아 전쟁의 피해자들에게 과거의 침략 전쟁의 악몽을 되새김질하게끔 유도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전쟁 피해자를 애도하기는 커녕, 전쟁 재발 방지라는 유명무실 대의명분으로 강행한 신사 참배는 잘못된 역사관에 입각한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상징성으로 주변 아시아국을 위협하는 본새 다름 아니다. 더욱이 일본 신사에 묻혀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2만여 피해자들은 지하에서 통곡할 노릇이다.광복의 기쁨을 되새기기에 초치고 재나 뿌리는 고이즈미의 눈치없는 도발적 행동은 정말 고집스럽다 못해 주변국들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명분없이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주변국들과의 외교관계에 해악을 미치는 고이즈미는 이제 퇴임을 앞두면서 기존에 눈치보기 참배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참배로 그 의미를 변질시켰다. 사람은 죽어 관의 문이 닫힌 후, 살아 있는 후손이 그 사람의 인격을 판단한다 했던가. 얼마나 단단히 못 박아야만 관속에 묻힌 치욕스런 침략 전쟁, 우경화, 군국주의 패키지는 언제쯤 관의 문을 열고 뛰쳐나오지 않을는지.

고이즈미의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경거망동하는 오기는 보수세력의 지지결속을 강화하고 아시아 주변국을 경시하며 대미 외교에 초점을 두고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역사 왜곡 문제, 독도 영유권 분쟁,위안부 문제 등 여전히 지속되는 한일간의 냉기류에 온풍을 불어 넣기에는 마찰과 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역사는 되풀이되지만 반성없는 반복은 주변국들의 불안을 고조시키며 선린우호 관계로 나아가는 데에 장애물이 된다는 점을 깨달아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가지고 동북아 평화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기사입력: 2006/08/16 [10:2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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