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이즈미 고이즈미
 
안희환 기자
  2006-08-17_AM_07_31_14.jpg


고이즈미 총리의 고집은 타고난 데다가 훈련을 통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자신의 행동이 옳고 신념에 찬 것이라 해도 여러 사람이 지적하면 자신을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인데 고이즈미 총리에게는 도무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개야 짖어라 기차는 간다는 식으로 일처리를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몇 가지 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모습은 독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 그 배짱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느냐 하는 것입니다. 중국만 해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이며, 아시아 지역의 다른 나라들(일본에 의해 피해를 입었던)의 반발이 상당한데도 도무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그같은 고이즈미 총리의 모습은 더욱 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비위를 건드리고 있습니다.

2. A급 전범들이 야스쿠니 신사에 합장되어 있고 그 때문에 주변국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할 때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활용하여 전범들을 분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주변국들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개인적인 종교생활이라 여기고 지나칠 수 있을텐데 왜 원만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길을 놔두고 싸움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3.  8월 15일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며 특별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8월 15일에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았으며 국경일로 지키고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본의 경우에도 중요한 날입니다. 패전기념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필 고이즈미 총리는 하고 많은 날들 중에 8월 15일을 골라서 야스쿠니 참배를 하였습니다. 그것은 도발이 분명합니다.

4.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일왕은 정신적인 면에서 상징적인 지주일 뿐만 아니라 나라의 움직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위치에 있습니다. 일본인들은 일왕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상당한 존경을 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는 그런 일왕의 방침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런 면을 보면 도무지 어느 곳으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 생각납니다.

5. 고이즈미 총리는 분명히 말하기를 개인적인 자격으로 야스쿠니에 참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방명록에는 개인 고이즈미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자신의 직함을 기록하였습니다. 이건 완전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입니다. 고이즈미 총리는 우리나라를 포함에서 일본에 의해 피해를 입었던 주변국들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셈입니다. 막가자는 식의 고이즈미 총리의 행동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사실 저런 고이즈미 총리의 모습에 비판을 가하는 일본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범들을 분사하자고 말하는 일본인들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왜 하필이면 8월 15일에 야스쿠니 참배를 했느냐고 바른 소리를 하는 일본인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저렇게 막나가는 고이즈미 총리의 모습을 보내 박수를 보내는 일본인들이 많이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개성이 강하고 용기가 있는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국민적인 지지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는 그토록 과감한 행동을 보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은 일본인들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물론 기분 좋게 만드는 생각들이 아니고 마음을 착잡하게 하는 생각들입니다. 버젓이 혐한류 만화나 잡지를 만들고, 우리나라 대통령을 가지고 조롱거리를 삼으며, 한일합방의 과정 속에서 자신들이 저지를 잘못에 슬그머니 눈 감는 모습을 보면 울화가 치밀기도 하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무시당하고 그것 때문에 열불을 내야하는 대한민국이어야 하는지 한탄스럽습니다. 부시 대통령 앞에서 아양을 떨던 고이즈미 총리의 코를 납작하게 하는 길은 우리가 항의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900여회 이상 침략을 받으면서도 한번도 먼저 침략하지 않은 평화적인 우리나라라고 배웠지만 그것은 평화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약해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잘못일까요?

철마다 불거지는 일본 정치계의 야스쿠니 참배. 그때마다 냄비처럼 부글부글 끓으며 일본을 향해 비판의 모습을 보이는 언론과 국민들. 그러나 정작 일본 사람들을 압도적으로 앞서기 위한 애국심을 보이며 열심히 땀 흘리고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식을 가지고 역사의 악순환을 끊어버리기 위해 도끼의 날을 갈고 내리치는 과정들이 있어야 할 것인데 말입니다.


보다 많은 국민들이 의식을 가지고 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일본의 파렴치한 모습에 대해 의분을 느낄 수 있다면, 그리고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할 수 있다면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휘둘러지는 도끼가 되어 우리를 모욕으로 휘감은 쇠사슬을 잘라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시작이 작고 미미하다고 투덜대거나 포기하지 않고 나부터라도 시작한다는 각오를 분명히 할 때 비로소 우리나라를 강대국으로 옮기는 과정에 돌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기사입력: 2006/08/17 [09:14]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