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주의는 뭐고 친미주의는 또 뭔가?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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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끼리 반미주의자냐 아니면 친미주의자냐 하는 편 가르기 현상에 대해 심히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국민 국민이라고 할 때 친한(대한민국)주의자면 그만이지 왜 한 민족끼리 반미주의자니 친미주의자니 하며 다투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현상은 다 나라가 힘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힘이 밑바닥에 떨어진 조선 말 일본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사람들끼리의 권력 다툼도 있었는데 도대체 그게 뭐하는 짓이었는가 하는 한탄이 생깁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하나가 되어 일본이든 러시아든 능가할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서로 어느 나라를 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것입니까?

이런 식의 글을 쓰면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겨레신문 쪽과 조선일보 쪽을 다 비판했을 때 양쪽진영으로부터 공격적인 댓글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데 친미냐 반미냐 하는 것도 그처럼 양쪽 모두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나마 밝히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일단 미국이라는 한 나라에 집중해볼 때 미국이 우리나라의 우방이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참전이 있었기에 우리나라는 해방을 맞이할 수 있었고, 북한의 남침 당시에도 미국의 지원이 있었기에 적화통일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미국은 분명히 고마워해야할 대상이며 우리나라의 우방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분명한 사실은 미국이 우방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미국의 국익에 맞아떨어질 때에만 해당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즉 무조건적인 우방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하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사건을 간단히 살펴보아도 미국이 우방임에는 틀림이 없되 조건부 우방이라는 사실을 전문가가 아니라 해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의 경우 일본이 미국을 먼저 건드리지 않았어도 미국이 참전했을까 하는 의문이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고 대답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또 2차 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에 의한 신탁통치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덕분에 남과 북이 갈리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6.25전쟁의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미국의 도움이 있었기에 남침을 한 북한을 몰아낼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미국의 개입이 전적으로 한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불을 보듯이 뻔한 일입니다. 대한민국을 통째로 공산주의에 넘겨주는 것은 소련과 더불어 패권을 다투던 미국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기에 미국은 한국전쟁에 적극적인 개입을 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몰지각한 행동에 대한 미국의 태도도 연결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급 전범들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에 참배하는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 그에 대해 한국이나 중국 등 이해당사자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면 미국의 태도는 어떠합니까? 일본 정치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어떤 논평도 하지 않은 채 한걸음 물러서 있는 미국의 모습입니다.

사실 이런 미국의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으며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A급 전범들로 판결을 받게 한 당사자는 바로 미국이며 따라서 미국이 그렇게 몰고 간 A급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에 일본의 총리가 공식적인 직함을 가지고 참배하는 것은 충분히 문제제기할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침을 떼고 있으니 말입니다. 자국 문제는 자국이 알아서 처리하면 된다고 손을 놓을 일이 아닌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그런 태도 가지고 우리나라가 이러니저러니 불만을 표출하고 항의하는 것도 우습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그런 모습이 국제정치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피해자가 아닙니다. 피해당사자가 아닌 이상 얼마든지 초연할 수 있으며 더구나 경제 강국인 일본에 맞춰주는 것이 아직 일본에 비해 영향력이 적은 우리나라에 맞춰주는 것보다 미국의 국익에 유리하다는 것은 뻔한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이 우리나라의 우방임에는 틀림이 없되 무조건적인 우방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사고입니다. 반대로 현재 세계의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해 우리나라의 감정만 가지고 적대시 하는 것도 어린아이같은 치기어린 모습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어차피 실리추구가 최우선인 국제사회 속에서 우리는 나름대로의 지혜를 동원해 미국이라는 나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좋습니다. 미국이 그러하듯이.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친미주의자냐 혹은 반미주의자냐 하는 것으로 자중지란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친미할 것도 없고 반미할 것도 없습니다. 차가운 머리에 뜨거운 가슴을 가져야 하는데 머리가 뜨거워져서 감정적인 대응을 일삼다가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웃음거리가 될 뿐입니다. 우방이되 어떤 조건 하에서 우방인 미국과 사이좋게 지내되 미국이 우리나라를 활용하는 만큼 우리도 같이 활용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길 소망합니다.

기사입력: 2006/08/18 [09:3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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