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바다이야기지만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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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재 곳곳마다 바다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바다에 빠진 보물선 이야기도 아니고, 이전처럼 바다 속에서 석유를 캐낸다고 난리를 피우는 것도 아니고, 바다 위에 기름이 둥둥 떠다닌다고 요란을 떠는 것도 아닙니다. 바다이야기라고 하는 성인오락실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서민들의 마음에 바람을 집어넣고 돈을 빼낸 사행성 게임업체 이야기인 것입니다.

성인오락실에 대한 우려의 글을 전에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바다이야기가 전국을 뒤흔들리기 3개월 전의 일입니다. 거리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성인오락실을 보면서 우려를 느꼈고 그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하던 중 올린 글입니다. 한탕주의가 나라에 퍼지면 건강한 나라를 이룰 수 없다고 여겼기에 걱정이 더 컸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단속에 나섰다고 하니 다행한 일입니다. 사실 진짜 돈 있는 사람들은 바다이야기 같은 것에 매달리지도 않습니다. 서민들이 바다이야기의 주고객인 것입니다. 결국 서민들의 주머니를 거덜 내고, 건전하게 일하고자 하는 열망을 갉아먹는 한탕주의식 성인오락실은 거리마다 널려있어서는 안될 존재인 것입니다.

지난 번 글을 몇몇 곳에 올린 이후 댓글을 달았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제 글에 대해 공감을 표시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를 당황하게 했던 것은 반대하면서 나왔던 몇몇 의견들입니다. 성인오락실이 퍼지는 것이 무슨 상관이냐는 것입니다. 어차피 그곳에 가는 사람들이이나 업주들이 바깥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논쟁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황당하다는 생각은 지울 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황당한 일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바다이야기’ 등의 성인오락을 사행성 도박행위로 규정해 엄격히 단속하려했었는데 그 좋은 시도가 국회에 의해서 무산되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성인 오락실을 사행 행위장으로 규정해 단속하게 되면 업주들의 생계가 곤란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업주들 때문에 생계가 곤란해지는 더 많은 서민들은 괜찮다는 것인지요?

문화관광부의 시도에 가장 강력한 쐐기를 박은 것은 박형준 의원입니다. 아래는 박형준 의원의 발언들인데 한 마디로 입이 딱 벌어질 이야기들을 과감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행성 게임을 따로 정의해서 거기에 대한 규제를 한다는 것인데, 게임산업에서 이것을 빼버린다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에 분명히 산업이 존재하고 그 시장이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큰 시장인데, 앞으로 게임산업에서 완전히 제외한다면, 게임산업진흥법에서 그 부분을 완전히 덜어내는 거거든요”.

“박형준 의원=그것은 지금까지 문광부가 정책을 써왔던 것을 완전히 뒤집는 거거든요. 이것(성인오락실)을 이만큼 열어 놓아가지고 지금 1만4000개 업소가 현장에서 움직이고 있고, 이걸 이용하는 수백만이 있는데 그걸 사행성 하나의 규정으로 전부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는 건데, 그것은 정말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정책을 그렇게 쓰면 그로 인해서 생긴 선의의 피해자들은 누가 다 보장을 해주느냐고요. 그런 정책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사행성 게임도 게임이란 말이예요.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도 게임산업의 한 부분이예요. 건전한 산업만 산업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요. 산업이라는 건 그 안에 건전한 부분도 있고 조금 불건전한 부분도 있고 이런 거예요.”

국민들의 대표로 국민들의 유익을 도모해야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국민들을 망하게 하는 성인오락실을 지지하고 있으니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이런 정도의 수준과 의식을 가지고 있으니 나라가 이렇게 어수선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엇이 나라의 장래를 위한 올바른 결정인지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아무튼 이제라도 분명한 단속 의지를 보여주는 정부의 모습에 지지를 보냅니다. 비록 타격을 입는 곳이 많이 생기고 당장의 국가 경제에 마이너스가 될 여지가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더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시작이 거창하다가 끝이 흐지부지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데 국민들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잠시 단속의 눈을 피하고 다시 사행산업이 퍼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적인 제도의 확립과 관리가 필요할 것입니다.

길을 다니다 보니 여러 바다이야기가 다른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낮과 밤이 각기 다르게 보이는 간판이 목격되었습니다. 낮에는 분명히 바다이야기 간판이 사라지고 [게임천국]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는데 밤에 보니 바다이야기가 게임천국 뒤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바다이야기 위에 그냥 게임천국을 붙였는데 그 안의 불빛 때문에 바깥으로 비춰진 것입니다.

자주 다니는 큰길가의 건물에 있는 성인오락실이니 앞으로도 지켜볼 생각입니다. 단속이 느슨해지는 틈을 타서 살그머니 자신의 정체를 다시 드러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만약 그 성인오락실이 다시 원래대로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면 다른 곳도 매일반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또 한번 정부에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단속으로 사행심을 부추기는 성인오락실이 거리거리에 쫙 깔리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지겨운 바다이야기. 그러나 지겹더라도 더 반복해서라도 사행성을 조장하는 잘못된 문화를 뿌리 뽑았으면 합니다.

기사입력: 2006/08/24 [11:3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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