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머리를 좀 식혀야 한다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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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은 합리적이고 한국인은 감정적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일반화시켜서 말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한국인만 떼어 놓고 생각할 때 감정적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정이라고 하는 끈끈한 내용을 빼놓고는 한국인의 모습을 설명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한 마디로 정이 많은 민족이 우리 민족인 것입니다.

저는 감정적이라고 하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내면에 열정이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감이 있고,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하면 대단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불만 제대로 붙으면 활활 타올라서 순식간에 불길이 나라 전체에 퍼지게 만드는 저력이 우리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은 감정적이라고 하는 것의 부정적인 측면입니다. 감정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냉철한 이성마저 뜨끈뜨끈해져서 올바른 사라판단을 못하게 되는 일이 많은 한국인의 단점에 대해 언급하고 싶은 것입니다. 조절만 잘 했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틀어갈 수 있는 것을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상황을 악화시키곤 하는 일들 말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그런 면이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특히 두드러진 것 중 하나가 똑같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누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즉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일단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데 반해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일단 듣기도 전에 마음을 닫아놓은 채 상대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의 주장은 일단 반대부터 해놓고 그 다음에 왜 반대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면 정말 좋은 안건들이 못마땅한 발의자와 더불어 묻히고 맙니다. 그 후로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람이고 안건은 안건이라는 구분이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정적인 요소가 우리나라를 해치는 중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소위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것들입니다.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난 후 동일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학연 지연 혈연이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일단 학연 지연 혈연의 테두리를 그어놓고 그 안에서 사람을 선택하는 일도 많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연결고리로 묶여 있는 경우 잘못한 일일지라도 모른 척 넘어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자청해서 변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만약 잘못한 사람이 평소에 충돌을 하던 사람인 경우에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사안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이때 비교적인 측면에서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만큼 앙금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감정에 따른 태도의 변화는 정당 지지에 있어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경우 한나라당의 실수와 잘못은 제대로 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단 지지하기로 마음을 굳혔으니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 치고 일단 편들고 본다는 식의 자세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결코 한나라당을 위하는 태도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어디 한나라당 지지 뿐이겠습니까?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앵무새처럼 그래도 열린우리당이 차떼기당보다는 낫지 않냐고 하면서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는 이상은 진정으로 열린우리당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냉정할 만큼의 비판은 가하지 못할 것입니다. 노대통령 지지자들 가운데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 노대통령에게 마이너스였을 뿐입니다.

감정적으로 어느 곳에 더 끌린다고 할 때 그 자체에 대해 비판하거나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그런 감정적인 모습이 우리 한국인의 특성일 수 있고 우리 자신의 특성을 애써 외면하거나 부인할 필요도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잘 활용할 경우 오히려 강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감정적인 것이 너무 휩쓸리지 않도록 자신을 제어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후회라고 하는 것은 차분하게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어떤 일들 때문에 발생한다기보다 흥분한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추진한 어떤 일들 때문에 많이 발생합니다. 개인의 일이든, 가정의 일이든,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일이든, 국가의 일이든 간에 때로는 한 발자국 물러나서 침착하게 지켜보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부분의 훈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기사입력: 2006/08/28 [09:42]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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