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된 대통령을 원한다
 
안희환 기자


최고지도자의 자리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자리라고 할 것입니다. 어차피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그 분야의 최고 정점에 서서 모든 것을 진두지휘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지위가 높고 영향력이 클수록 그만큼 책임감도 커진다고 하는 점입니다. 평범한 한 사람으로 존재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파급 효과가 최고 지도자의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고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한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잘못된 방향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을 몰아갈 수 있는 유혹들을 제대로 차단해 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유혹은 최후의 결절을 내려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며, 얼마나 그 유혹을 잘 극복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탁월한 최고 지도자이냐 하는 것을 판가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패트릭 렌시오니의 [CEO가 빠지기 쉬운 다섯 가지 유혹]이란 책은 일반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피트릭 렌시오니는 앤드류 오브라이언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하시고 그가 꾸는 꿈 속에서 만난 경비원 노인, 대머리 남자, 멋쟁이 남자, 키 큰 남자 등을 통해 훌륭한 CEO가 되는 길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는 형식으로 책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다섯 가지의 유혹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신의 현재 지위를 지키고자 하는 욕심

경영자가 빠질 수 있는 첫 번째 유혹은 회사의 실적을 창출하고자 하는 열망이 잃어버린 채 자신의 현재 지위를 지키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입니다. 개인의 성공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실적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삼아야 하는데 이전에 행한 업적이나 성공의 기억에 묶여버리곤 하는 것이 최고 경영자가 만나는 유혹이라는 것입니다. 노인은 앤드류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합니다.

“누구든 일단 이기심이 충족되고 나면 자신이 이룩한 새로운 지위의 꿀맛 같은 상태를 계속 맛보기 위해 애쓰게 되지. 그리고 일도 별로 안 하지. 회사의 성과 따위는 별로 걱정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만을 염려하는 거야. 회사가 어려워져서 다시 열심히 일한다 해도 그건 자신의 평판이 어떻게 될까 봐 두려워서야.”


2. 부하 직원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싶은 욕망

경영자가 빠질 수 있는 두 번째 유혹은 직원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싶은 욕망입니다. 동료 임원들로부터 호감을 얻을 목적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장기적으로 존경을 받을 목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순간적인 평가에 집착한 나머지 임원들에게 명확한 책임을 부여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설령 직원들로부터 호감을 사는 데 지나치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되면 실적은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노인은 앤드루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선친께서는 성과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집착하셨지. 직원들은 일을 해내거나 아니면 회사에서 사라지거나 둘 중의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해고된 5명 중 2명은 사규를 위반했고 나머지 3명은 자신들이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네. 그러나 해고시킬 때는 정말 가슴 아파하셨지”

3. 자신이 내린 결정이 항상 옳다고 확신하고 싶어하는 유혹

경영자가 빠질 수 있는 세 번째 유혹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 항상 옳다고 확신하고 싶어하는 유혹입니다. 즉, 단호한 결정보다는 실수 없는 확실한 결정을 내리고 싶어하는 유혹이며 그 때문에 어떤 경영자들은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봐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시간을 끌게 되고 단호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노인은 앤드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아는 한 수많은 CEO들이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네. 그들은 그토록 갈구해 오던 최고 경영자의 지위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지. 그리고 인기를 잃는 것이 두려워 직원들에게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따지지도 못해. 설령 인기 같은 것에 개의치 않는다 할지라도, 구태여 자신이 먼저 직원들에게 명쾌히 업무를 지시해 준 적이 없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책임을 묻지도 못해. 자신이 책임져야만 할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4. 조화로운 환경을 유지하고자 하는 갈망

경영자가 빠질 수 있는 네 번째 유혹은 조화로운 환경을 유지하고자 하는 갈망입니다. 불협화음을 용인하고 임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들을 드러내도록 부추기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도록 자극해야 하는데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화에 대한 갈망 때문에 의견충돌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공격받는 것을 꺼린다면 결코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없게 됩니다.

키 큰 남자는 앤드류에게 말합니다. “네 번째 유혹에는 나도 도전장을 냈지요. 그것은 조화에 대한 갈망이지요. 조화에 대한 갈망은 생산적인 의견충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훌륭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암적 존재와 같지요.” 멋쟁이 신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저의 예를 들어보지요. 저는 의견충돌을 좋아합니다. 회의석상에서 직원들은 거리낌없이 터놓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필요한 일과 책임져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정말 분명히 알게 됩니다. 해답이 바로 우리 앞에 나타나는 거지요.”
 
 
5.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인 신뢰에 대한 문제

경영자가 빠질 수 있는 네 번째 유혹은 신뢰를 주지 못하는 부분입니다.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생산적인 토론이나 의견충돌을 권장해도 경영자가 그것을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경영자는 임원들이 당신의 생각에 반론을 제기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하며, 그들이 경영자의 명성과 이기심에 전혀 손상을 입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신뢰해주어야 합니다. 노인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선친은 쓸데없이 자랑을 일삼는 분은 아니었지만, 한 가지만은 자랑을 하셨지. 회사 직원들에 대해 항상 자랑하고 다니셨어. 직원들 이야기만 나오면 이상할 정도로 신이 나셨지. 그리고 회사 직원들이 자신을 믿고 경영자 자리를 맡기고 있다고 말씀하시던 것도 생각이 나. 선친은 직원들을 신뢰했고 직원들도 그분을 신뢰했기 때문에 건전하고도 생산적인 의견충돌을 하면서도 그들은 서로 늘 편안할 수 있었던 거야.”

위의 내용들은 경제 분야에 관련된 내용들로만 제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서두에 최고 지도자란 이야기를 꺼내고 곧 이어 경영자 이야기를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즉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 지도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곧 그가 속한 단체나 조직의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고, 따라서 경영자가 빠지기 쉬운 유혹은 지도자들도 빠지기 쉬운 법이며, 그것을 잘 극복하는 것이 탁월한 최고 지도자로서의 자격 요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한 나라를 책임지는 최고 지도자라고 하면 대통령을 들 수 있는데, 대통령이 위의 다섯 가지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이 나라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현재의 노무현 대통령만이 아닌 앞으로 이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될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단세포적으로 간단하게 적용의 시늉을 내보고자 합니다.

첫째로 자신의 현재 지위를 지키고자 하는 욕심을 버려야할 것입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나라가 발전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삶이 윤택해지고 있다는 실적이지 대통령 개인의 안위가 아닙니다. 어떤 위치에 오르면 그 위치에 걸맞는 행세를 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하지만 아무런 업적이 없는 상태에서는 비웃음만 살 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노대통령 정부는 이렇다할만한 공헌이 드러나 보이지 않습니다.

둘째로 부하 직원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로워야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노대통령이 시급히 넘어서야 할 것은 코드 인사의 청산입니다. 자신을 지지해주고 도와준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싶은 것이야 당연지사이지만 충분한 검증을 하지 않고 세운다든지,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책임을 물지 못하는 태도는 어설픈 정책만 만들어내게 할 것입니다.

셋째로 자신이 내린 결정이 항상 옳다고 확신하고 싶어하는 유혹에 빠지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사실 노대통령에게는 과감한 결단과 행동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기에 세 번째 유혹에는 그다지 해당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노대통령의 경우 세 번째 부분에서는 너무 앞서서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 담대한 나머지 마땅히 염두에 두어야 할 항목까지도 건너뛰고 결정한 후 밀어붙이는 모습이 보이는 것입니다.

넷째로 조화로운 환경을 유지하고자 하는 갈망에 의해 발이 묶이지 않아야 합니다. 노대통령의 경우 네 번째 내용은 세 번째 것과 마찬가지로 모자라서 문제가 아니고 과도해서 문제라고 보입니다. 조화라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입니다. 심지어 자신의 지지기반인 열린우리당과도 기꺼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위험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섯째로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인 신뢰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최대 약점이라고 할 것입니다. 국민적인 신뢰를 잃은 것은 물론이고 전적으로 동조하고 따라주던 사람들, 소위 “노빠”라고 불리는 이들에게조차 외면당하는 모습을 보면 노대통령이 얼마나 신뢰를 잃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상호 신뢰가 필요한데 노대통령은 국민을 신뢰하기보다 개혁 대상으로만 보는 듯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최고지도자의 복을 누리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인해 권좌를 빼앗긴 채 하와이로 넘어가버렸고,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 헌법통과를 강행한 후 신복인 김재규의 총에 의해 유명을 달리했으며, 전두환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를 마친 후 백담사에 유배되었고, 노태우 대통령은 비자금을 모금한 것이 문제가 되어 검찰에 구속, 재판을 받았습니다.

군부가 끝나고 민간 정부가 들어섰다고 좋아했지만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김현철씨) 관리도 못하는 대통령으로 낙인이 찍혔고, 김대중 대통령은 인심 좋게 북한에 마구 퍼줄 뿐 아니라 북한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을 약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이제 노무현 대통령은 나라를 저 밑바닥까지 끌어내려서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였으면서도 여전히 당당하게 큰 소리를 치는 형편입니다.

언제쯤이나 온 국민들에게 환호를 받는 최고 지도자가 출현할 수 있을지 가슴 아픈 기다림이 있습니다. 일개 기업의 최고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항목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나라의 최고지도자라면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지요? 지금 노대통령의 정부에 대해서는 기대를 접은 지 꽤 되었습니다. 다만 임기가 더 큰 무리 없이 마무리 되고 그 후 대한민국호를 잘 운전해나갈 최고지도자로 일어나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기사입력: 2006/09/07 [11:16]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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