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땅장사, 우리 어민들이 흘린 피눈물
토지 수용령은 국민 수탈을 위한 악법
 
이강석 기자
지금부터 20년 전 필자가 경기도 안양에서 제화점을 할 때 일인데 직원들과 회식을 위해 회식장소로서 가장 좋은 곳을 수소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많은 사람들이 사리포구를 지목했다. 비싼 기름값 들여가며 멀고 먼 사리를 꼭 가야하는가라고 되묻자,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것이므로 한번 가보라고 권하는 것이다.

그토록 유명하다는데 그냥 지나칠 수 있는가, 묻고 또 물어가며 호기심에 이끌려 찾아간 사리는 그 명성에 걸맞게 과연 사람들로 발 디딜 틈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전국에서 수송되어온 각종 해물들과 건어물로 넘쳐났으며 불과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푸짐하게 차려진 횟집의 살아있는 싱싱한 수산물은 과히 일품이었으며 임금님 잔칫상이 부럽지 않았다.

상인들의 친절한 인심과 어민들의 넉넉한 마음씨에 맛들인 사리의 달콤한 그 맛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고 그 맛을  못 잊어 한번 찾아가기 시작한 사리는 손님접대라든가, 군침 도는 회 맛이 생각날 땐 언제나 부리나케 달려가 배 뚜들기며 주거니 받거니 오붓한 정을 나누며 삶의 향기를 만끽하던 내 마음의 고향이었다.

그런데 수자원공사에서 개발을 시작하고 사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그 자리에 호수공원이란 이름을 가진 공원이 들어섰다. 무려 900억원을 투자하여 만든 공원이라는 곳이 썩은 물과 볼품없는 초라한 나무들 몇 그루 심어 놓고  그야말로 생색만 내는 말이 공원이지 순전히 국민들 가지고 노는 말장난치는 공원을 만들어 놓았다. 사리가 있는 안산시는 안산시 토지의 절반이 공원으로 이루어진  공원도시이다. 여기도 공원 저기도 공원 공원으로 넘쳐나는 공원 도시에 900억이란 거금을 들여 새삼스럽게 또 다시 공원을 만든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황량한 벌판으로 변해 버린 사리, 전국에서 몰려든 그토록 많고 많은 오가는 길손들과 밤을 낮과 같이 밝히며 온 국민들에게 삶의 향기를 느끼게 하던 사리 장터, 사리포구는 도대체 어디론 간 것일까, 갑자기 눈물이 핑 돌고 걷잡을 수 없는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원관리인도 말하기를 이렇게 공원이 된 것보다 지난날 사리가 지닌 명성을 그대로 유지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심정을, 옛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전한다고 한다. 사리가 얼마나 유명했으면 없어진지 10년이 되었는데도 영문을 모르고 아직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겠는가, 지난날 사리의 상업적인 그 가치를 따지자면 약 4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수자원공사는 땅값으로 불과 몇 푼 안 되는 껌값만 달랑 집어 주고 강제 매입을 했으며 그 땅을 공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도대체 왜,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 잘나빠진 수자원공사인지, 폭력집단인지, 강도떼들인지 모를 떨거지들이 땅장사에 눈이 어두워 헐값으로 토지강탈 강도악법을 난발하여 우리국민들 재산을 도둑질해간 덕분에 그런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수자원공사에서 노린 것은 사리에 큰 야산이 하나 있었는데 그 야산이 감쪽같이 없어진 것으로 보아 야산의 흙을 노리고 사리주민들을 이주시키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갯벌매립을 통해 땅을 확보하는 수자원공사는 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땅 매립에 다른 흙을 구입하기 위해 사리주민들의 터전을 빼앗는 강렬한 유혹을 뿌리 칠 수 없었고 수용령이란 고조선시대나 있을 법한 강도법을 동원하게 된 것이다. 매립 흙이 한 트럭에 만원에서 3만원까지 거래되는 걸로 보아서 수자원공사는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추정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룻배와 똑딱선 그리고 뱃고동 소리 구슬픈 부두가, 파도에 밀려온 갈매기 떼, 주거니 받거니 잔 건네주며 오붓한 정을 나누던 우리 국민들의 해맑은 웃음은 개발독재에 눈이 멀고 땅장사에 혈안이 된 수자원개발공사의 강도행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버렸다.

지금부터 20년 전만 해도 인천 소래포구보다 더 유명했으며 서울 경기는 물론이거니와 해외까지 그 명성을 떨치던 사리, 이제 갯벌만큼이나 풍성했던 지난날의 그 인심은 간 곳이 없다. 사리가 없어짐으로서 사리가 지닌 문화적인 가치와 이미지는 영원히 사라졌다.

몇 천 원도 안 되는 사구려 묘목이 지키고 있는 황량한 공원이냐, 자손대대로 물려줄 수천억 원의 가치를 지녔으며 서울, 경기를 비롯한 전국에서 몰려온 많은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사리이냐, 어디가 더 의미가 있는가는 세살 먹은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천년, 만년 이어갈 사리의 사라짐과 그 실패는 우리 모두에게 공익이란 미명아래 사유재산을 함부로 강탈하는 토지 수용령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를 되새겨주는  뼈아픈 교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수자원개발공사는 매년 수백억 원의 이익금을 냈다고 보도자료를 내고 자화자찬하기에 열중한다. 그 뒷 내막은 착하고 어진 우리어민들의 피땀 어린 사유재산을 수탈한 강도행각이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기사입력: 2006/09/09 [09:15]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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