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치고 랩을 부르는 아이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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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한 아이가 교회에 왔습니다. 성규라는 이름의 아이였는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상태였습니다. 머리엔 노랑물을 들이고 있었는데 제법 색깔이 예쁘게 나와서 칭찬을 해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 만나자 마자 머리색이 그게 뭐냐 하고 묻는다면 듣기 좋아할 아이도 없거니와 나부터도 그렇게 묻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지라 예쁜 색깔을 칭찬해 준 것 뿐인데 그것을 참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성규는 독자입니다. 그러나 외아들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받으며 자란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는 데다가 생활력이 없어서 가계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았고 하는 수없이 그 어머니가 생계유지를 위해 장사를 해야 했기에 성규를 잘 챙겨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성규의 입으로 아버지가 신발 한 켤레도 사준 적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고 그 때문에 더 잘해주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아내와 함께 밥을 사먹는 날에는 성규도 부르곤 했습니다. 사람은 확실히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분위기가 좋아지나 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규와 많이 친해졌고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성규가 드럼을 치고 싶어하기에 어차피 드럼을 칠 사람도 필요했던지라 드럼을 하나 사주었는데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드럼을 배운 성규 덕에 저 역시 드럼을 조금 배우게 되었습니다. 성규가 자신이 배운 것만큼 제가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 하모니카는 중학교 때부터 불렀고, 피아노는 소프라노와 엘토 두 가지 음만으로 겨우 칠 정도였던 저는 이제 드럼을 배우게 되어 참 기뻤습니다. 가끔은 찬양을 하는 시간에 제가 드럼을 치기도 했는데 박자를 제대로 맞추지 못할 때는 분위기를 깨는 역할도 했기에 곧 중단하였습니다.

성규의 재능 가운데 하나는 랩이었습니다. 직접 작사를 하고 거기에 음도 붙이곤 했는데 그쪽 분야를 잘 모르는 제가 보기에도 참 듣기가 좋았습니다. 한번은 랩으로 만든 노래가 컬러링으로 유통되었는데 그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제 휴대폰의 컬러링을 성규의 노래로 바꾸었습니다. 그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어른들이 제게 전화를 걸다가 들려오는 요란한 랩 소리에 잘못 건줄 알고 끊고는 했던 것입니다.

최근에도 성규는 노래를 작사하였습니다. 웃찾사라고 하는 프로그램의 [나몰라 훼밀리]라고 하는 멤버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작사한 것입니다. [야비한순한양]이라는 이름을 사용해서 활동하는 성규인데 [나몰라 훼밀리]의 노래에도 그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디가 제작되어 나왔는데 조만간 다 들어볼 생각입니다. 신경이 쓰이는 점은 저도 어느덧 기성세대인지라 빠르게 부르는 가사를 다 알아듣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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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는 얼마 전에 방위산업체 근무를 다 마쳤습니다. 지방에도 있었고 서울에서도 일을 했었는데 성실하게 맡겨진 일을 감당하다가 제대를 한 것입니다. 그 동안 번 돈을 모두 어머니에게 갖다드렸다고 하니 기특하기만 합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공부를 하든지 일을 하든지 할 생각인 성규는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삶의 현장에 서 있습니다.

성규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불우한 환경이지만 그 환경에 굴하지 않고 열심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 귀하고 그런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참 좋겠습니다. 어느덧 성규는 20대 중반의 어엿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괜찮은 여자 친구도 생겼습니다. 성규의 머리 색깔은 검은색으로 돌아왔지만 처음 보았던 노랑머리가 자꾸만 눈에 아른거립니다. 잘 자라준 성규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깁니다.

요즘 성규는 자신이 교회에 데리고 온 동근이라는 친구를 챙겨주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동근이도 음악을 참 좋아하는 아이인데 심성이 착하고 성실해 보이는 청년입니다. 성규 덕분에 금방 적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성규가 이전의 자기를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친구를 챙겨주는 성규의 모습은 수년전 어린애 같았던 성규와 많은 대비를 보입니다. 눈물로 땀으로 씨앗을 뿌리고 그 결실을 거두는 성규이기를 고대합니다.

기사입력: 2006/09/09 [09:28]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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