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또 대선출마, 패배원인 파악하라
은퇴 선언했던 이회창, 다시 대선에 출마하려는 움직임
 
철학자
▲이회창
대선에 두 번 패배하고 은퇴를 선언했던 이회창씨가 다시 대선에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회창씨가 다시 대선에 나와야 한다는 주장은 주로 그를 지지하는 창사랑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창사랑의 대권 재도전 주장에 이회창씨는 "이 눈이 다 내린 다음에"라는 말을 하며 대선 출마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창사랑 대표 조춘호씨는 "이 눈은 거의 다 내렸지 않았나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한국일보> 9월 8일자 기사)
 
"눈이 거의 다 내렸다"는 말은 이제 출마를 선언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뜻인 듯 하다.이회창씨의 대선 재출마 주장은 창사랑을 중심으로 꾸준히 흘러나왔고,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일부 인물들도 강력히 주장해온 일이다.
 
그런데 대선출마를 해야한다는 그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좀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이회창씨가 비록 정치를 하면서 많은 잘못이 있으나 그의 능력이 좋다거나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잘할 것 같아서 재출마를 주장한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렇지가 않다.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지난 두 번의 실패는 능력이나 자질, 경륜의 문제가 아니라 3대 정치 의혹 사건 때문에 대권을 강탈당한 것"이라며, 김대업 비리, 기양건설 10억 수수설, 최규선 20만불 수수설을 꼽았다.
 
대선의 패배를 남탓으로 돌리는 이회창 지지자들
 
김대업씨가 폭로한 병풍 비리는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씨를 가혹하게 수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과, 격렬하게 싸운 후 화해운운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수사를 유야무야 마무리한 성격이 짙은 사안이다. 기양건설건과 최규선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나 대권을 강탈당했다는 주장은 오로지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한 지극히 코미디 같은 주장이다.
 
이회창, 김대중 후보가 대선에 나왔을 때 당시 한나라당은 김대중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강삼재씨가 중심이 되어 김대중 후보의 비자금이니 뭐니 하면서 친인척까지 뒤적이며 의혹을 폭로했지만, 그 중에서 그 어느 것도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 노무현, 이회창 후보가 붙었을 때도 상호간의 의혹를 폭로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 이전 대선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김대중 후보에 대한 각종 모함과 언론의 일방적인 편파보도는 노골적이었다. 창사랑과 이회창씨의 광팬들의 논리대로라면 김대중 후보는 그동안 여러 번 대권을 강탈당한 것이다.
 
또한, 소설가 김진명씨는 <뉴스메이커>(677호)와의 인터뷰에서 이회창씨의 정치 복귀를 찬성하면서 "병풍음모 캐내는 소설을 내려했다"며 "이회창씨가 역대 정치인 가운데 누구보다 깨끗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추악한 사람으로 비춰진 음모를 캐내려 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음모와 협잡이 나라의 지도자를 바꾸는 과정을 보며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대업씨의 폭로가 여권과 그 어떤 관련이 없다는데도 음모 운운하고 있는 것도 사안을 부풀리는 것이고, 권력도 없는 야당 후보 진영에서 단지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하나로 800억 차떼기라는 기막히게 부패한 비리를 보여줬는데도 깨끗한 정치인 운운하는 것도 지극히 한심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이회창씨가 800억 차떼기에 대해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며 검찰에 자진 출두를 했었는데, 검찰이 대선후보였다는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사를 했다면 어땠을까?
 
정치인 김대중에 대한 모함과 협잡은 부지기수였다
 
김진명씨가 말한 "음모와 협잡이 나라의 지도자를 바꾸는 과정"이란 말이 가장 정확히 들어맞는 정치인은 아마도 정치인 김대중일 것이다. 숱한 세월동안 그가 받아온 모함과 언론의 편파적 대우는 부지기수였지 않은가.
 
총선이든 대선이든 이런 저런 폭로와 의혹제기가 있어왔다. 그리고 그 폭로는 주로 영남정치 세력인 한나라당이 주도 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해온 그 숱한 공작들은 아무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당한것은 강탈당했니 뭐니 하고 나서고 있는 것을 보면 보수들의 일방적인 사고방식, 자기중심적인 사고 방식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영남 정치 세력이 집권할때 당했던 사람들의 억울함은 생각해 보았는지 모르겠다.
 
진정한 패배의 이유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야
 
이회창씨가 대선에서 두 번이나 패배한 이유를 그런 구태의연한 것에서 찾는 다면 다시 대선에 나온다고 해도 또 패배 할 것이다. 여러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회창씨의 패배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미래지향적이기 보다 과거 고수형이었고, 남 북간의 대화와 교류를 지향하여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던 햇볕정책에 대하여 그저 단세포적으로 퍼주기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저렇게 햇볕정책을 반대하는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남북 관계는 끝"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을 의식했는지 이회창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 되면 북한에 대한 지원도 하겠다는 발언도 하기도 했다.
 
물론, 김대중-이회창 후보간의 싸움에선 IMF 환란을 가져온 당의 후보라는 점이 패배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것이며, 동시에 경륜과 능력의 차이에서 김대중 후보를 선택했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이회창씨의 대선 삼수는 그의 자유이다.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복귀 주장도 자유이다. 그러나 그 이유를 엉뚱한 데서 찾지 말아야 한다. 패배의 잘못을 정확히 볼 때 승리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패배를 남 탓으로 돌리고 그것이 억울해서 다시 출마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이라면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브레이크뉴스)
 

기사입력: 2006/09/18 [09:28]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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