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의 끝없는 고분양가 경쟁
공영개발 아파트, 복지정책 차원에서 표준분양가 도입해야
 
김영호 칼럼니스트
아파트 투기광풍이 고개를 숙이는 듯하다. 지방은 미분양 사태가 심해 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그러나 수도권은 그 잔열이 뜨겁기만 하다. 수도권의 마지막 요지라는 판교는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이 상황에 공영개발에 나선 정부가 분양가를 인근지역 시세에 맞춰 책정했다. 이어 서울시가 맞장구치며 고분양가 경쟁에 나서 주변의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원가공개를 통해 분양가를 낮추라는 여론이 높은 현실에서 정부, 지자체가 거꾸로 가는 꼴이다.  
 
 판교 신도시 건설은 그 목적이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을 끌어내려 투기를 잡자는 데 있다. 그런데 채권입찰액을 포함한 중대형 실분양가가 평당 1,800만원 수준이다. 이것은 인근지역인 분당 시세의 90%에 해당한다. 입주시기가 3년 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당시세보다 결코 낮지 않다. 터무니없이 오른 투기지역의 아파트 값을 사실상 공인한 셈이다. 아파트 값이 거품이라고 거품을 뿜어오던 정부가 말이다.
 
 정부가 공영개발을 한다며 사업주체로 나서 분양가를 크게 올리자 벌써 인근지역의 민간택지 분양가가 들썩거리고 있다. 용인, 파주지역 분양가가 1600-1800만원으로 뛰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분양가에 웃돈이 붙으면 판교가 인근지역 뿐만 아니라 강남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촉진제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판교 신도시는 투기억제정책으로서는 실패작이 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정책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금리-통화-조세정책과 함께 공급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판교 신도시는 공급확대를 통해 강남 투기라는 국지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응급대책이다. 하지만 가격정책이 실패함으로써 그 일대에 투기를 재연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역적 투기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도권에 얼마 남지 않은 녹지공간만 훼손한 꼴이다. 서울과 분당 사이에는 거대한 시멘트 벨트가 형성될 판이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의 이상비대를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판교 신도시 건설을 추진함으로써 수도권의 팽창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강남 투기는 공급부족으로 인한 만성적인 수요초과가 아닌 투기적 가수요에 의해 일어난다. 판교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강남 투기가 사라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런데 고분양가 정책을 씀으로써 투기도 못 잡고 서울의 광역화만 부른 셈이다.
 
 판교 중대형 분양가가 나오자 서울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강북 은평 뉴타운 분양가를 1,50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자극 받아 민간업체들이 강북지역 분양가를 인상할 움직임이다. 연말까지는 2,000만원 안팎의 중대형 아파트가 줄줄이 분양될 전망이다. 고분양가 경쟁은 기존 아파트 값을 끌어올릴 게 뻔하다. 그것이 꼬리를 물면 다시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서울시가 말하는 투기를 잡고 강남-북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뉴타운 건설계획이라면 실패작이다.
 
 고분양가 경쟁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는 서민의 희망을 앗아간다. 부동산 투기는 빈자의 소득을 부자에게 이전시킨다. 빈부격차를 더 벌려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또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경기는 지역간의 발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공영개발 아파트라도 복지정책 차원에서 표준분양가의 도입이 시급하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대자보]

기사입력: 2006/09/29 [09:43]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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