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실패, 언론의 책임도 크다
판교열풍 부채질한 언론보도, 대안없이 투기만 조장 커
 
김영호 칼럼니스트
▲자료사진(기사내용과 무관함)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던 부동산 경기가 진정국면에 들어간 듯하다. 전반적으로는 투기광풍이 고개를 숙인 모습이나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여 냉기마저 흐른다. 하지만 남부 수도권의 마지막 요지라는 판교는 그 열풍이 뜨겁기만 하여 대조를 이룬다. 판교열풍은 투기광풍의 눈인 서울 강남지역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을 지녀 투자수요가 많은데 그 원인이 있다. 이런 투자가치를 고려하더라도 한류를 타고 쏟는 난류는 이상과열임에 틀림없다. 그 원인이야 복합적이지만 그 탓은 언론보도에도 있다. 
 
 한국언론은 부동산 기사를 너무 많이 취급한다. 부동산 정보도 수용자에게 충분히 전달할 가치가 있다. 그런데 언론은 아파트 시세를 주식처럼 거의 매일 알린다. 정부의 투기억제책이라도 나오면 수요자의 입장에서 득실을 따지는 관망기간이 필요할 텐데 즉각적으로 시세에 반영하는 기사가 쏟아낸다. 실제 거래도 없는 상태에서 몇천만원이 떨어졌느니 뛰었느니 하면서 말이다. 부동산 중개소의 희망가격을 마치 실거래가인 것처럼 보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가격등락을 연속적으로 알리는 보도가 양산되다보니 그것이 시장에 반영되어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측면이 크다.
 
 아파트도 규격상품이나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라도 층별, 향별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또 위치와 내부구조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런데 신문의 경우 매주 시세표를 게재한다. 문제는 그 시세가 얼마나 정확한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제도화되고 있지만 거래당사자가 합의하면 가격이 조정하다. 세금부담을 줄이거나 자금출처 조사에 대비해서 말이다. 가격은 거래당사자와 중개인만 안다. 그러니 시세표가 실거래가에 얼마나 근접한 가격을 게재되는지 모르겠다. 
 
 이러니 시세가 낮게 나오는 지역에서는 부녀회를 중심으로 가격담합이 이뤄진다. 어느 지역의 같은 평형은 얼마인데 왜 우리 지역 가격은 터무니없이 낮느냐며 값을 올려 받자고 뭉치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동네 중개소를 찾아 값을 얼마로 올려라 그렇지 않으면 거래를 못하도록 막겠다며 압력을 넣기도 한다. 또 싸게 판 주민을 찾아가서 항의하는 일도 일어난다. 이런 현실에서 시세표를 얼마나 신뢰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틀림없는 사실은 시세표가 가격상승의 촉매제 노릇을 한다는 점이다.   
 
 아파트 가격이 뛰면 정책보도에서는 투기의 폐해를 지적하고 정책의 유효성을 비판한다. 그런데 모순되게도 시장보도에서는 투기를 조장하는 기사가 넘쳐난다. 부동산 팀을 두고 기사를 발굴하나 시장변동이 없는 경우 기사거리가 많지 않다. 그래도 기사를 써야하니 추측기사가 난무하기 마련이다. 또 주택건설업자들이 주는 홍보자료를 그대로 베껴서 쓴다. 선전효과를 노린 광고문안 같은 과장된 표현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이다.
 
 이것은 언론사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진다. 신문은 최대 광고주가 주택건설업체이다. 전면광고는 거의 주상복합건물이나 아파트 분양광고이다. 방송도 정기뉴스시간에는 주택건설업체의 이미지 광고가 도배하다시피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좋아야 광고도 많이 나온다. 건설업체가 광고를 주면서 그 대가로 유리한 기사를 부탁하니 광고성 기사가 판친다. 언론사의 수지는 악화하는데 광고시장은 침체하여 경영현실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보도행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판교열풍 뒤에도 언론의 이런 고질적인 보도행태가 도사리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은 신흥개발지이니까 다른 지역보다 주거여건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가격이 월등히 비쌀 만큼 주거환경이 양호하느냐는 따져볼 일이다. 그런데 언론이 워낙 강남타령을 늘어놓아 값을 터무니없이 올려놓은 측면이 있다. 그러니 판교가 강남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수요가 클 수 있다. 오랫동안 수도권에 남은 마지막 노란 자위라는 소리를 들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판교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보도는 내용을 떠나서도 물량만 봐도 지나치다.
 
 판교 신도시는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청약예정자를 위한 충분한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단지별, 업체별로 평형, 가구수와 함께 상세한 청약절차, 청약일정을 소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분양가와 채권입찰액에 관한 정보가 중요하다. 이런 객관적인 정보는 필수적이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대학 입시철만 되면 나오는 ‘눈치작전’이니 ‘소신청약’이니 하는 따위가 그것이다. 과열을 부추기에 충분한 표현이다. 
 
 당첨확률은 낮지만 인기 높은 아파트를 노려야 투자가치가 높다며 ‘눈치작전’을 충동질한다. 거주목적보다는 당첨만 되면 웃돈이 많이 붙으니 도전해보라는 투이다. 그것도 업체명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여 어디 어디가 좋다며 노골적으로 추천한다. 아니면 인기는 별로 없지만 당첨확률이 높은 단지를 선택해보라고 권유한다. 주공아파트나 연립주택을 청약하면 당첨될 가능성이 높다는 따위다. 중대형 일반분양에서도 일부 단지는 경쟁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니 노려 볼만하다고 부추긴다. ‘소신청약’이 판교에 입성하는 관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펜트하우스는 꿈의 궁전이니 뭐니 하며 투기를 내놓고 부추긴다. 펜트하우스란 아파트 꼭대기층을 말한다. 공급이 제한적이고 조망권이 뛰어나 인기가 있음직하다. 그렇다 손치더라도 당첨만 되면 평당 4,000만원대로 올라 대박이 터진다고 점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채권액까지 합친 실분양가가 1,800만원선이니 2배 이상 뛴다는 소리다. 강남의 많은 신축 아파트들이 3,000만원에 거래되는데 당장 그 같은 가격실현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희박한 근거를 가지고 가격상승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투기를 부추기는 과장보도이다. 
 
 아파트 선호도가 대단지와 고층화로 흐르는 추세다. 그래서 단지가 작거나 연립주택의 경우 가격상승이 낮은 편이다. 실제 판교에서도 연립주택이 아파트에 비해 인기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연립주택은 대지지분이 아파트보다 넓고 건축비도 더 든다. 개인취향에 따라 연립주택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립주택의 매력을 강조한다며 주택업자의 말을 여과 없이 기사화한 경우가 많다. 설계를 국제공모를 통해 뽑았다는 이유로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했다고 과장하고 내장이 호화롭다는 찬사가 넘쳐난다.
 
 홍보자료의 선전문구가 그대로 난무한다. “100% 분양의 비결은 브랜드 파워에서 찾는다.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믿음이 높은 분양률로 이어졌다.” 그것도 중견업체의 브랜드를 이렇게 추켜세운다. 요즈음은 조경시설이 높은 분양률의 조건처럼 되어 저마다 비싼 나무를 심고 정원을 잘 가꾸는 편이다. 그런데 ‘도심 속의 전원생활’이니 하며 녹지율이 높다고 극찬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어린이 놀이터도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해 탄성고무를 바닥재로 많이 쓴다. 그런데 특정업체만 사용하는 것처럼 강조한다. 주방기기와 전기기기의 자동화는 필수적이다. 초고속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첨단 공간을 만들었다느니 친환경 공간이라니 하며 필요 이상으로 강조한다. ‘녹색회랑’, ‘생태 숲’, ‘유비쿼터스’니 하며 반복적으로 늘어놓는 수사가 그것이다. 수요자는 그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어 선택적 매력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홍보자료를 복사하듯 하여 오히려 거부감마저 준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종합적 정책수단이 강구되어야 한다. 금리-통화-조세정책과 함께 공급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판교 신도시는 강남 투기라는 국지적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공급정책이다. 다른 정책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강남과 인접한 지역에 공급만 늘린다고 투기가 진정되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또 지역적 투기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도권의 제한적인 녹지공간을 개발해도 좋으냐 하는 문제도 따른다. 이대로 가면 서울과 분당 사이에는 녹지공간은 사라지고 거대한 시멘트 벨트가 형성된다. 언론은 이런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의 이상비대를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모순되게도 서울의 외연확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쓸 수 있느냐는 문제도 대두된다. 강남 투기는 공급부족으로 인한 만성적인 수요초과가 아닌 투기적 가수요에 의해 일어난다. 판교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강남 투기가 사라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 언론은 수도권 이상팽창에 따른 문제를 체계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판교 신도시 건설은 강남 지역을 비롯한 투기지역의 아파트 가격하락을 견인하는데도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채권입찰액을 포함한 중대형 실분양가가 평당 1,800만원 수준이다. 이것은 인근 분당지역 시세의 90%에 해당한다. 3년 후라는 입주시기를 감안하면 분당시세보다 결코 낮지 않다. 정부가 사실상 사업주체로 나서 공영개발한다는 점에서 분양가가 너무 높다. 이것은 현재 시세가 거품이라고 거품을 뿜어온 정부의 입장을 뒤엎는 짓이다. 터무니없이 오른 투기지역의 아파트 값을 사실상 공인한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분양가에 웃돈이 형성되면 판교가 분당뿐만 아니라 강남의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촉진제가 된다는 사실이다. 정책효과가 거꾸로 나타나 판교→분당→강남으로 이어지는 나선형의 상승고리를 얽으면 판교 신도시는 투기억제정책으로서는 실패작이 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여론이 높다. 이것은 분양가를 내려 아파트 가격인하를 유도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언론은 가격정책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공영개발 아파트 가격이 주변시세와 비슷하다면 공급확대를 통한 가격인하라는 정책은 실효성을 얻을 수 없다. 투자이득을 수요자가 독차지하면 투기수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채권입찰제를 통해 흡수한다고 치더라도 분양가가 너무 높다.
 
 언론은 정부정책을 감시하는 한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 보도를 보면 한편으로는 정책을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상업주의에 매몰하여 투기를 조장한다. 부동산 투기는 빈자의 소득을 부자에 이전시키는 폐해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부동산 정책실패에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대자보]

기사입력: 2006/10/08 [18:28]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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