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사 해체와 북 핵실험
그 절묘한 타이밍이 ´우연의 일치´일까
 
이상돈 칼럼니스트
노무현 정부가 한미 연합사를 해체하고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겠다고 발표한 후 불과 한달 남짓만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다. 두 사건은 외관상으로는 관련이 없다. 한미 연합사 해체는 노무현 정부가 저지른 일이고, 핵 실험은 김정일 정권이 저지른 일이다. 그러나 만일에 북한이 핵 실험을 먼저 했더라면 아무리 노 정부라 하더라도 과연 한미 연합사를 해체하겠다고 나설 수 있었을는지는 의심스럽다.
 
절묘한 타이밍
 
그런 점에서 이 절묘한 타이밍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연한 일치´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는 연합사 해체 결정으로 인해 북한이 마음놓고 핵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는 해석이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논의되어 왔는데, 그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 정부가 이상한 ´자주´ 논리를 내세워 한미 연합사를 해체하겠다고 나서고 미국이 이를 냉소적으로 받아 드리자 마음놓고 핵을 터뜨렸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즉 노 정부가 앞을 내다보지 못해서 핵 사태가 발생했다는 해석이다.

둘째로, 북한의 핵 개발이 현실로 나타나면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을 해서 남한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노 정부가 서둘러서 한미 연합사를 해체하기로 발표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작통권 환수´에 반대하는 측에서 연합사를 해체하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진다고 주장한 바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된다.

셋째는 북한의 핵 실험에 "길을 터 주기 위해" 노 정부가 한미 연합사 해체를 서둘러 발표했을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노 정부는 북한이 핵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돈을 퍼준 데 그치지 않고 핵 실험의 걸림돌인 한미 연합사도 해체한 셈이다.
 
그렇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이 핵 실험을 하게 되면 연합사를 해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작통권 환수´ 조치를 앞당겨 취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여론
 
한미간 전시 작통권 문제는 미국의 여론에서 완전히 외면당했다. 미국의 여론은 한마디로 냉소적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 실험은 미국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신문이나 연구소가 북핵 문제를 다루는 관점을 보면 남한은 오히려 걸림돌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기분이 든다. 남한 때문에 군사개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경제제재도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만 무성하고, 북한 핵으로 인해 남한 국민의 자유와 남한 정부의 존립이 위협받는다는 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간의 한국 내에서 좌파가 벌인 반미 운동과 한미 연합사 해체 결정이 초래한 결과이다.
 
´애치슨 선언´도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나?
 
한미 연합사 해체 결정과 북한의 핵 실험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烏飛梨落)이었는지, 또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움직여진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1950년 1월 12일, 미 국무장관 딘 애치슨은 워싱턴의 내셔날 프레스 센터에서 미국의 아시아 방위선이 알류선 열도, 일본, 류규 열도, 그리고 필리핀으로 이어진다고 발표했다. 애치슨은 한국과 대만이 미국의 방위선 안에 있다고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애치슨이 한국을 의도적으로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라고 하나, 이 ´애치슨 선언´은 소련의 스탈린과 북한의 김일성 도당(徒黨)이 남침을 결심하는 계기의 하나가 되었다.

아이비리그 출신의 친영(親英)주의자인 딘 애치슨은 아시아에 대해 애정이 없었다고 하는데, 그런 성향으로 인해 이 같은 실수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련이 몰락한 후 공개된 미국과 소련의 기밀문서는 애치슨의 주변에는 소련의 간첩이 수두룩했음을 보여 주었다. 애치슨이 소련의 간첩인 국무부 고위관료 앨저 히스의 후원자였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루스벨트 행정부에서 국무부 자문관을 지낸 오웬 래티모어 교수 등 당시 민주당 행정부에는 공산주의자와 소련의 간첩들이 많았다. 애치슨이 안이한 시각을 갖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미 연합사 해체와 북한 핵실험이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독립신문]
기사입력: 2006/10/16 [09:1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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