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TV에는 젊고 잘생긴 사람만 나오나
TV가 연출하는 얼짱 광풍, 외모지상주의 성형 부추겨
 
김영호 칼럼니스트
TV나 신문이 외모는 경쟁력이라며 부추긴다. TV가 더 심하다. 저런 얼굴을 이런 얼굴로 바꾼다고 성형수술에 대해 자세히 소개한다. 열 살 아니 스무 살쯤은 젊어진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또 사회적 현상이라면서 성형열풍에 부채질한다. 그것도 취업난 시대에 면접시험에서는 외모가 뛰어나야 한다면서 말이다. 여고를 졸업하자마자 성형외과로 달려간다. 직장인은 연휴를 이용해서 얼굴을 고친다. 서울 강남에는 성형외과가 밀집해 있다는 따위가 그것이다.  
 
 젊은이에게는 예뻐지라고 늙은이에게는 젊어지라고 유혹한다. 주름살을 걷어내면 인생을 활기차게 살 수 있다며 말이다. 흰머리를 감추기에 바쁜 직장인들이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정치권에도 세대교체가 이뤄져 ‘흰머리’는 설자리를 잃어간다. 열심히 염색하더니 쌍꺼풀도 하고 주름살도 없앤다. 경륜은 오간 데 없는 빤질빤질해진 얼굴이 표를 달라고 아양을 떤다. TV가 연출하는 성형열풍을 타고 서로 ‘얼짱’이라고 뽐내는 세태다. 
 
 TV 화면에는 젊고 잘난 사람만 나온다. 여성앵커는 전부 앳되다. 쌍꺼풀 수술에다 더러는 코도 세웠다. 흰머리가 성성한 남성앵커도 없다. 앵커의 선발기준이 젊고 예뻐야 한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취재경륜, 표현능력 따위는 필요 없나보다. 미국에서는 바바라 월터스가 75세지만 아직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그녀가 성형수술을 했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이름난 남성 앵커라면 보통 환갑을 넘겼다.  
 
 TV 드라마에도 온통 성형미인이 설친다. 딸, 어머니, 할머니 3대의 얼굴이 다같이 팽팽하다. 쌍꺼풀 없는 얼굴이 없고 주름살 있는 얼굴이 없다. 60, 70대 할머니, 할아버지로 나오면서도 보톡스를 맞아 손자, 손녀의 얼굴을 닮았다. 입만 나불대지 표정이 없다. 성형중독에 걸린 안방의 우상들이 외모지상주의를 합창하니 이 나라가 성형천국이 되었나보다.
 
 한국영화에는 중년도 장년도 없고 청년만 나온다. 그것도 미남, 미녀만 판친다. 안성기씨가 유일하게 뛰나 얼마나 더 은막을 장식할지 모르겠다. 헐리웃 영화에는 늙은 대로, 생긴 대로 스크린을 꽉 채우는 남자 주연배우들이 수두룩하다.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토미 리 존스 등등이 노련미를 과시하며 왕성한 활약상을 자랑한다.
 
 인종적으로 몽골로이드는 눈두덩이 두텁고 쌍꺼풀이 거의 없다. 그래서 서양인은 동양인을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고 조롱한다. 그런데 서양문물에 매몰하더니 그들의 외모를 숭상하는 풍조가 생겼다. 일본에서 불던 바람이 이 땅에 옮겨왔으나 그곳은 이렇게 심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막상 헐리웃에서 활동하는 동양 배우는 거의 코도 눈도 그대로이다.
 
 외국인의 눈에도 이상열풍으로 비치는 모양이다. 재작년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가 한국의 성형열풍을 꼬집은 적이 있다. 서구적인 미모를 갖고 싶은 열등감에 젖어 성형수술이 유행한다는 투였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만은 아니다.
 
 성형수술은 2차대전 중에 화상환자의 흉터를 고치던 미해군 의료진이 종전 후 헐리웃에 자리잡으면서부터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성형수술(plastic surgery)보다는 미용수술(cosmetic surgery)로 성가를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땅에 본고장보다 더 드센 성형광풍이 분다. 그 한가운데는 사회적 책임을 모르는 언론이 서있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대자보]
기사입력: 2006/10/17 [09:0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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