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뉴미디어법이라는 유령"
포털 비판이 편집권 간섭? 그럼 조중동 비판은?
 
변희재 기자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가 10월 12일자 미디어전망대란의 <포털 길들이기의 뒤탈>이란 칼럼을 통해 필자를 비롯, 자유주의연대, 여의도연구소,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의 포털 비판을 당리당략이라 비판했다. 그는 포털이 친 정권적 편집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렇게 반론했다.
 
 “인터넷이 대선의 승패를 가르고 포털이 그 중심일 수 있다. 그러나 포털뉴스가 정권에 편향적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 만약 그랬다면 5·31 지방선거 결과로 나온 여당의 참패, 현 정부의 초라한 지지율 등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포털의 여론 지배력이 그토록 지대하다면 말이다.”
 
 대체 이게 어느 나라 사회과학 이론인가? 그러니까 그 어떤 동기가 있더라도,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그 동기가 바뀐단 말인가? 조중동이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후보에 편향된 편집을 했어도, 결국 반대 측 후보가 당선되었으니, 조중동의 편집은 공정했고, 조중동의 영향력은 없었단 말인가? 더구나 김교수는 설사 포털이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건 고유의 편집권이니 간섭하지 말란다. 그럼 그간 김교수와 김교수가 소속된 민언련의 조중동 편집 비판도 편집권 간섭이란 말인가? 아무리 포털 비판자들을 공격하고 싶어도, 자신의 활동 기반조차 무너뜨리는 주장은 신중히 하기 바란다.
 
 필자가 제시한 포털이 정권 편향일 수밖에 없다는 근거는 세 가지였다. 첫째, 포털 사업을 사실 상 지배하는 현 정권 하의 정보통신부의 영향력, 클릭수 위주의 포털 뉴스 특성 상, 이벤트에 능한 정치세력에 유리할 것, 셋째, 이것 저것 다 떠나, 포털에 유리한 정책을 펴는 정치세력과 불리한 정책을 펴는 정치세력이 있을 때, 포털은 반드시 전자를 택하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김교수는 이 세 가지 근거 모두를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대체 왜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것인지 다음 글에서 설명을 해주는 것이 비판자의 예의일 듯싶다.
 
 노무현 정권의 포털 길들이기는 눈에 안 보이는가?
 
 김교수는 보수세력의 포털 비판을 포털 길들이기라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이 타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김교수는 정보통신부를 운영하고 있는 현 정권은 포털을 자유롭게 놔두고 있다는 전제를 세워놓아야 한다. 현 정권이 너무나 도덕적이어서, 무법의 상태로 있는 포털의 언론 자유를 위해 불리한 기사가 올라가도 꾹 참고 있다던지, 아니면 포털이 너무나 도덕적이어서, 그 어떤 정권의 압력이 있어도 언론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다던지 하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이를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포털에 블로그를 만들었다. 김교수가 믿고 있듯이, 대통령이 일반 네티즌처럼 로그인해서 그냥 만든 것이 아니다. 해당 포털사들과 청와대 홍보라인이 철저히 기획하였고, 각 포털사는 뉴스와 광고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해주었다. 그뒤 대통령은 포털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열었고, 포털사 대표를 불러 오찬 간담회를 열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수진영은 포털 모니터를 시작했고, 그들 스스로 포털 편집이 정권 편향적이란 점을 밝혀냈다. 필자 개인이 모니터한 것만 해도, 포털 사가 정권에 불리한 뉴스를 철저하게 숨겼다는 사례는 수도 없이 발견했다. 최소한 김교수가 포털 비판자들을 매도하려면, 이들이 주장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반박해야한다. 그냥 느낌으로 “포털은 중립이다”이란 말을 되풀이하는 건, 전혀 학자다운 태도가 아니다.
 
 김교수의 칼럼 중 흥미로운 점은 그가 포털의 편집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한 점이다. 역시 놀랍다. 지금 포털 비판자들과 포털과의 논점은 바로 포털의 편집권 여부이다. 포털사는 자신들이 뉴스유통업체일 뿐이며, 절대 편집을 하고 있지 않다고 우기고 있다. 우리는 무수한 증거를 들이대며, 포털의 편집 실체를 비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교수가 포털의 편집권을 인정하자고 하면, 아마도 포털 사 대표들의 가슴은 철렁할 것이다. 그리니 김교수는 필자를 비판할 게 아니라, 명백히 편집권력을 누리면서도 단순한 유통업체라는 거짓말을 일삼고 있는 포털사를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수준의 거짓말을 하는 기업이 편집권력을 누려도 되는지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해야한다.
 
 2년 간 초안조차 없는 뉴미디어법이라는 유령
 
 김교수의 비판은 사실 뒷북에 가깝다. 포털 논쟁은 이미 대안의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교수가 비판한 쪽 모두 벌써 각자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교수도 법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필자는 일찌감치 신문법 상의 독자적 기사 생산 조항을 삭제하고, 독자권익을 위해 인터넷신문의 경우 뉴스면 비율 50% 의무화 조항을 첨가하는 개정안을 제출해놓고 있다.
 
 김교수가 소속된 민언련 측에서는 이러한 신문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그 근거로 신문법은 지원법이기 때문에 포털을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견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역시 거짓말 수준이다. 신문법은 법명 자체가 ‘기능보장에 관한 법’이다. 대한민국 법체계에서는 지원의 의미를 담은 법은 지원법이라 명시한다. 신문법이 지원법이라면 왜 신문지원법이 아니고, 조중동은 왜 그토록 신문법을 비판하고, 포털은 목숨을 걸고 신문법에 포함되는 걸 반대하느냐는 말이다. 더구나 지원의 뜻을 담은 신문발전지원기금에서 포털은 이미 배제되었다. 신문법이 지원법이기 때문에 포털을 넣을 수 없다는 논리는 이미 오래 전에 깨졌다. 그럼에도 민언련은 끝까지 신문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포털을 관리할 새로운 뉴미디어법을 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은 벌써 2년 가까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뉴미디어법의 초안조차 제출하지 않고 있다. 김교수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가?
 
 필자의 주장의 핵심은 막강한 언론권력을 지닌 포털의 뉴스서비스가 공적 관리되지 않는다면, 정치권에서 이를 좌지우지하려 덤벼들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대표적 예로 포털이 신문법에서 배제된 탓에, 포털 뉴스의 편집인, 편집장, 섹션팀장의 실명, 편집기록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포털 편집이 검은 베일에 쌓여있기 때문에, 포털사와 권력자 간에 어떠한 거래가 오가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벌써 대권 주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포털사 경영진과 편집진을 접촉하고 있다. 심지어 필자조차 대선 캠프로부터 포털을 잘 안다는 이유로 포털 편집진의 연락처와 명단을 넘겨달라는 부탁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 정권은 일관되게 포털을 신문법에서 배제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문화관광부의 포털 정책 역시 포털을 신문법에서 배제시키는 것이었다. 생색내기용으로 언론피해구제법에 포털을 포함시켰으나, 포털피해자모임 대표 입장에서 단호히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포털의 권력남용 방지나 피해구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법이다. 김교수는 “법적 제도적 개선을 넘어서는 포털 비판은 당리당략”이라 하지만, 왜 바로 그 법적 제도적 개선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냐는 것이다.
 
 그리고 김교수가 말하는 법적 제도적 개선의 구체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민언련이 2년 간 앵무새 같이 반복하고 있는 뉴미디어법의 초안은 언제쯤 받아볼 수 있는 것인가? 이미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신문법 개정안을 반대하면서, 허상에 불과한 뉴미디어법을 만들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는 민언련의 행태, 여기에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민언련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포털을 무법 상태로 방치하겠다는 정권의 목적에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그게 아니라면 다시 강조하지만, 내일 당장이라도 뉴미디어법의 초안을 제출해주기 바란다. 김교수가 직접 다그쳐서라도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가 장담하지만 민언련은 뉴미디어법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다양한 기능을 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한 가지 법으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 게시판과 댓글 관리는 정보통신망법, 전자상거래 등의 영업은 전기통신사업자법, 뉴스 기능은 신문법, 선거 때는 공선법 등으로 기능에 맞춰서 관리되고 있다. 이런 법적 상식을 뛰어넘어 포괄적으로 포털만을 관리하는 뉴미디어법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뉴미디어법이고 뭐고, 일단 포털을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그 답부터 내놓으란 말이다. 그것도 못한다면, 민언련 등은 다시는 포털에 대해서 입을 열지 말아야할 것이고, 만약 알고도 우기고 있다면 민언련이야말로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포털을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할 말이 있으면 반박해보기 바란다. 반박할 자신이 없다면, 더 이상 뉴미디어법 유령놀이를 그만두도록 김교수가 나서서 민언련을 설득하는 것이 맞는 일이다.
 
 진보진영의 포털 감싸기야말로 정치적 의혹
 
 필자는 포털 논쟁을 하면서, 짜증을 넘어 환멸을 느낄 정도이다. 그간 언론개혁의 깃발을 들고, 언론자유를 외쳤던 세력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면서 포털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이상하게도 포털을 보수진영이 비판하고 있다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지만, 그 반대로 이상하게도 진보진영이 포털 비판을 은폐하거나 호도하는 것이야말로 필자에게는 정치적 의혹으로 보인다. 김교수의 글도 그렇게 읽혀졌다. 어떻게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간 2년 가까이 홀로 포털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며 싸워온 사람을 쉽게 매도할 수 있는가? 정치적 목적 없이 어떻게 이런 수준의 글을 공적 매체에 발표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동기나 목적을 따지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올해 안에 포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때, 현실권력인 정권과, 대세론으로 몰고 갈 한나라당의 압력에 인터넷여론은 완전히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그걸 막기 위해서 올해 안에 반드시 법적 제도화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남의 동기를 의심하지 말고, 김교수와 민언련은 당장 내일이라도 법적 대안을 제시하면 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향후 연구해보겠다느니, 검토해보겠다느니 그런 말은 이제 필요없다. 민언련이 뉴미디어법을 만들겠다고 공언한지 벌써 2년이 지났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전문가들이 해결해야한다는 김교수의 말대로 뉴미디어 전문가로서 뉴미디어법 한번 보고 죽는 게 필자의 소원이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빅뉴스]
기사입력: 2006/10/19 [09:35]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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