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데다가 불구자인 사람에게
 
안희환 기자

아내와 저의 교제가 들통이 난 다음 장모님(편의상 그렇게 부릅니다) 아내를 3일간 외출금지를 시켰다가 풀어주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들은 데이트를 이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모님이 결혼에 대해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 둘 사이를 말리려고 다방면으로 애를 썼는데 그중 하나는 저의 은사이신 전종수목사님을 찾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장모님이 전목사님을 찾아가는 목적은 하나였습니다. 우리 둘 사이를 갈라놓는 것입니다. 그럼 왜 전목사님을 찾아갔느냐 하는 의문이 들 텐데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장모님이 전목사님의 교회에 출석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제가 전목사님의 제자이며 어느 정도 그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그 교회에는 아버지께서 장로님으로 계셨는데 전목사님을 통해 아버지를 설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씩씩거리시면서 찾아온 장모님을 향해 전목사님은 엉뚱한 답을 하셨습니다. “안희환 전도사 참 괜찮은 친구야. 지향이가 사람을 참 잘 골랐네.” ^0^. 혹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인 격이지만 그렇게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장모님은 우리들의 결혼을 승낙하게 되었습니다. 말로 승낙을 한 것이 아니고 제가 목사 안수를 받는 날 꽃다발을 들고 찾아오신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아내는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 아내에게 저는 좀도 솔직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더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집이 무척 가난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면 부모님들이 사는 판자촌에 들어가서 살아야 한다는 것과 수입이 많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한 달에 55만원) 고생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내는 그런 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보다 중요한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해야했는데 제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아내가 겪어야할 어려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신문 돌리는 일을 했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신문사로 가다가 교통사고를 만났고 그 덕분에 왼팔을 잃었고 그 덕분에 몸으로 해야 하는 많은 일들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는 그런 이야기를 듣더니 제게 말했습니다. “전도사님. 제가 전도사님의 한 팔이 되어 드릴게요.”

사실 이런 여자는 어디에 가도 없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가난한 사람, 그것도 앞으로의 인생이 보장되지도 않은 사람, 게다가 팔 하나가 없는 불구자의 몸인데 아내는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사실 결혼 당시만 해도 저는 아내의 그런 모습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이해를 했으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모습이 아니고 대단한 모습이라는 것을요.

요즘 연애하는 젊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제 아내가 참 훌륭했구나 하는 것을 더 많이 느낍니다. 남자들의 재정 능력을 참 많이 따지는 요즘 아가씨들입니다. 남자의 부족이나 모난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감싸 안고 자신이 보완해주는 것이 아니라 비판하는 아가씨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만약 그런 아가씨를 만났다면 당장에 채였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을 것 같습니다.

돈이 다가 아니고 외모가 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불구일 수고 있고 삶의 상처가 많을 수도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보듬어 안고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름답고 가치있는 인생이라는 것에 누가 이의를 달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이상일 뿐이라는 것을 세상 속을 걸어가면서 느낍니다. 사람들은 상대의 가난과 모자람, 상처와 문제를 감싸주기보다 문제삼는다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럴수록 아내의 소중함이 커갑니다. 당연하게 여겨지던 아내의 행동과 선택이 어쩌면 내게 은총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큰소리치면서 소중하게 대해주지 못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이런 글을 쓰기 시작하는 중입니다. 앞으로 계속 글을 읽어가시면 제가 얼마나 많은 잘못과 실수를 했는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부끄럽지만 그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기사입력: 2006/10/26 [09:32]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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