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보다 바위가 더 아름다웠다
 
황화진 기자

▲대둔산  

 
정기노회 후 요번에 노회에서 임시노회를 열어 몇 가지 안건을 처리하게 되었다. 기왕지사 모이는 것 철이 철인만큼 단풍구경을 함께 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일단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고 난 다음 회의를 하고 등산을 하자는 것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은 전라도에서 서울까지 거의 전국에서 목회자들이 모이다 보니 대둔산 주차장 11시 집결이 어쩔 수 없는 시간이다. 더 일찍 모이는 건 사실상 힘들다.

난 대둔산이 어디가 붙어 있는 건지, 멋이 있는지 없는지, 높은지 낮은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노회 행사니 그저 남의 차에 몸을 싣고 갔다. 먼저 도착한 동료들이 우릴 반가이 맞아 주었고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이 되었다. 마침 대둔산 축제 기간이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가기 전에 어떤 사람은 거기가 대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전라도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전라도면 어떻고 대전이면 어떻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갔다. 가서 보니 산등성이를 중심으로 한 편은 전라도요 한 편은 대전이다. 그러니까 이 말 저 말이 다 맞는 말이었다.   

대둔산은 해발 878m 노령산맥에 솟아 있다. 동국여지승람에 씌어있는 바와 같이 진산(珍山)의 진산(鎭山)이며 금산 땅이니 금산의 산이라 할 수 있다. 만해 한용운은 대둔산의 “태고사를 보지 않고는 천하의 명승지를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옛날에는 대둔산 하면 금산의 산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완주군 쪽을 크게 개발하고 사람들을 끌어 들이면서 전북 또는 완주의 대둔산으로 인식되어 버렸다 한다. 금산의 대둔산으로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금산ㆍ완주의 대둔산’이라는 공동명의의 산으로 하자고 한다. 두개의 도립공원으로 되어 있는 산이다. 행정구역으로 볼 때 전북 쪽은 완주군 하나의  구역으로 되어 있으나, 충남 쪽은 금산군과 논산군 두 군의 구역으로 되어 있다.

생전 처음 가 본 대둔산이었다. 밑에서 보니 단풍이 별로다. 금년 가을 날씨가 가물어서 잎이 마르고 단풍이 화끈하지 못하다. 약간의 실망도 있었지만 올라갈수록 나는 감탄을 했다. 어려서 한 번 타봤던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한 케이블카를 탔다. 다리가 아프다는 분들과 여성분들을 배려해서 한 일인데 난 실로 처음 타보는 기분 같아서 기꺼이 타자고 했다. 50명 정원인데 항상 꽉꽉 차고 근 한 시간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 우린 미리 접수해놓고 그 시간에 회의를 하여 몇 가지 안건을 원만히 처리했다.

케이불카를 타고 가면서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참으로 원더풀이었다. 가끔 이렇게 아름다운 산을 찾아 나들이하는 것도 필요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기분전환이 되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조금 올라가니 구름다리가 있고 그 위로 펼쳐지는 기암괴석은 정말 장관이었다. 바위 봉우리들이 수려하며 깨끗하고 누가 그림을 그려 넣은 듯이 칠이 된 느낌이었다. 어떻게 산 정상에 저런 바위가 예술처럼 솟아 있는지 일부러 멋을 내서 깍아 만든 것처럼 아름다웠다. 그래서 대둔산은 남한의 금강산이란다. 그 바위들이 크지 않으나 장한 맛도 있고 아기자기하기도 했다. 한 쪽은 숲이 울창하며 계곡도 아름답다. 가을 단풍이 기암절벽과 어우러지는 것이 황홀하지만 아쉬운 것은 그  단풍이 예년만 못하다는 것이다.

또 임진왜란의 전적지이기도 하고 천하의 대지에 자리 잡고 있는 태고사 앞의 암벽에 새겨진 ‘석문(石門)’이란 글은 우암 송시열이 쓴 글자로 알려져 있으며 갖가지 전설도 서려 있다. 경관이 수려하고 여러가지로 훌륭한 대둔산은 금산, 논산, 완주 세 군이 각 지역마다 특색 있게 관리하고 있다. 원효대사가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격찬한 대둔산은 정녕 우리의 아름다운 명산이었다. 하지만 금년엔 단풍보다도 바위가 더 아름다웠다.
기사입력: 2006/11/04 [09:42]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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