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논쟁과 출세형 안티조선
매체를 살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안티조선의 정신
 
변희재 기자
안티조선의 권력화가 타락을 불렀다
 
 “최종적인 신문선택에서 국민들은 안티조선을 호응해주지 않았다”는 강준만 교수의 멘트에 대해,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가 <안티조선 운동이 실패라고? 강준만의 독선이 슬프다>라는 비판칼럼을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게재했다. 그뒤 준마니아 까페 운영자 현원영씨가, “방법론을 가지고 이전투구를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김동민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강준만 교수의 발언은 교보센터 강연이 끝난 뒤 빅뉴스 기자의 질의를 통해 나오게 되었다. 빅뉴스 측에서는 “좌우통합을 위해서라면 극단적인 이분법 식의 안티조선이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 안티조선의 방향성에 대해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지 않은가”라는 질의를 한 것이고, 강교수는 “한 개인이 어떠한 선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표했다. 다만 독자들이 신문선택에 있어, 안티조선의 방식에 호응해주지 않았다는 점만 분명히 한 것이다.
 
 필자는 이미 2004년 7월에 일찌감치 안티조선 운동의 타락으로 인한 실패를 경고했다. 그것은 조선일보의 구독률과는 전혀 관계없이, 안티조선의 정권과의 유착으로 인해 출세의 지름길로 통하는 현상 자체가 안티조선의 실패를 잉태했다는 관점이었다. 김동민 교수는 이에 “참여 속의 개혁을 위해 짐을 진 것이지 출세에 눈이 어두워 어울리지 않게 자리나 차지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감투는 무슨 얼어죽을 감투.”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김교수 본인은 그런 자세로 정권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잃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모든 사람들이 다 김교수처럼 그런 순결한 뜻을 가지고 안티조선의 깃발을 들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역시 문제가 남는다.
 
 지금 당장에도 문제가 되는 청와대의 홍보라인의 행태를 보라. 부동산 문제 등 국정실패 건만 나오면, 모조리 조중동의 문제로 돌려놓는다. 이백만 홍보수석, 양정철 비서관 등 청와대에서 출세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은 서로 더 화끈하게 조중동을 공격하느냐를 놓고 경쟁을 하고 있다. 김교수처럼 일찌감치 안티조선 운동을 해온 사람은 아니겠지만, 이미 조선일보 비판은 정권의 눈에 들기 위한 자격증이 된지 오래이고, 정권 역시 이를 등용의 판단 기준으로 세워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와 기고 거부 등의 안티조선 방식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말이다.
 
 최근의 예로, 전 한나라당 대표였던 조순씨가 느닷없이 "조중동은 신문도 아니다"라는 발언을 한 뒤, 전격적으로 한겨레신문 칼럼니스트로 데뷔했다. 김교수가 보기에도 우스운 일 아닌가? 나이 70이 넘은 사람이 이제껏 전혀 모르다가 갑자기 노무현 정권 들어서 조중동이 신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까? 그리고 조순씨가 조중동 비판 발언을 하지 않았어도 한겨레 측에서는 칼럼니스트로 받아주었을까? 혹시 조순씨가 연말이나 연초쯤 정권에서 한 자리나 하지 않을지, 씁쓸하게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안티조선 운동가는 살고, 매체는 죽고

 더 심각한 것은 언론시장의 붕괴이다. 안티조선의 핵심매체였던 단행본 인물과사상은 이미 폐간되었다. 월간말도 사실 상 유명무실화되었다. 권력형 안티조선 운동가들은 신문시장의 하락을 마치 신문사 자체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지만, 무너지는 건 신문만이 아니다. 주간지, 월간지, 계간지 등 지식담론의 동력을 제공하는 유가 종이매체 전체가 위험한 상황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안티조선 때문이라고 말하자는 게 아니다. 여전히 조중동만 비판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이 그토록 아낀다는 진보매체들의 경영난은 보이지 않는다. 마치 정권 재창출에 혈안이 된 노무현 정권의 사람들이, 매체가 죽든 말든 방송과 포털만 장악하여 조중동과 대립각만 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놓고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신문발전지원기금이라는 푼돈을 나눠주며 생색만 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안티조선 운동의 선두에 서있다는 사람들이 이러한 현실에 대해 단 한 번의 비판이라도 한 적이 있던가? 오히려 바로 이런 흐름에 줄을 서며, 정권의 코드와 맞춰가고 있지는 않았던가?
 
 안타깝게도 안티조선의 깃발을 든 사람들은, 방송위원회, KBS, 언론재단,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등에 진출하여 호의호식하고 있다. 그것이 김동민 교수의 말대로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들 이외에 매체에 종사하고 있는 평범한 언론인들은 회사 부도와 구조조정의 실직의 위험에 처해있다. 진보 운동가만 살고 운동가가 도와주겠다는 서민들은 죽어나가는 것과 똑같은 구도이다.
 
 필자는 오히려 강교수의 좌우통합 논의야말로 매우 사치스러워 보인다. 진보매체의 터전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얼어죽을 좌우통합이란 말인가. 정권 재창출에만 목을 매달고 있는 어용지식인들에게는 방송과 포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내년 대선에서 보수 측에서 정권을 잡았다고 치자. 현행 법상으로 보면 방송과 포털은 무조건 정권에 따라가게 되어있다. 그럼 종이신문의 70%를 이미 보수 측이 확보한 상황에서, 방송과 포털까지 넘어가면, 여론의 힘의 균형 자체가 무너진다.
 
 예전에는 인터넷신문이라도 만들 수 있었지만, 포털의 언론권력을 제어하지 않는 한, 그것조차 어렵다. 안티조선이 지금껏 조중동 때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었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관심조차 보여준 적이 있느냐 말이다. 아니, 오히려 정권 재창출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 때문인지, 이러한 목소리를 예전의 조선일보보다 더한 수법으로 차단하고 있다. 여론의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안티조선의 근본조차 무너져버린 셈이다.
 
 그렇다고 조중동이 잘나가는 것도 아니다. 유가 매체 시장 전반이 축소되기 때문에 앞으로 1년, 2년 뒤 어떤 상황이 닥치게 될지 모른다. 신문과 출판시장을 살리겠다는 관점이 명확하다면, 조중동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김교수는 새로운 안티조선의 방법론을 조만간 제시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김교수는 조선일보를 쳐다보기 전에, 자신이 글을 쓰고 있는 데일리서프라이즈, 한겨레, 경향신문, 미디어오늘 등, 진보매체의 주변 환경부터 검토하기 바란다. 포털 때문에 스스로 살점을 뜯기며 죽어가고 있어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체의 포털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바로 이들이 이러한 오판을 내리도록 하는데 민언련과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안티조선 측이 큰 공을 세우고 있지나 않은지 한번 조사라도 해보기 바란다.
 
 언론학자답게, 어떻게 하며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를 상생관계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여론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시장에서 축출당할 위기에 처한 진보매체의 생존의 터전을 바로 세울 것인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안티조선의 정신에 부합하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조중동 때려잡고, 진보매체는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면 된다는 수준의 눈속임식 대안은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빅뉴스]
기사입력: 2006/11/13 [10:49]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