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먹은 김정일이 돈 준 김대중 협박…?
"김대중은 내부의 적이었다"
 
조갑제 칼럼니스트

“5억불은 김대중이 수령님 알현하러 오면서
조국통일에 써 달라고 다져다 바친 돈이다”
“불법 비자금을, 그것도 대남공작부서 계좌에 바침으로써
약점 잡힌 김대중, 결국 이런 식으로 한국을 배신했구나”

▲지난 2000년6월15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모습     © 편집국

2000년 6월14일 오후 평양. 김대중-김정일 회담이 열렸다. 김정일은 대좌(대좌)하자마자 이런 말을 했다(배석자의 증언).

『오늘 아침 남조선 텔레비전을 보니까 대학에서 인공기를 걸었다고 검사가 학생들을 구속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여기서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데,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런 분위기에선 회담을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환대를 받으신 걸로 만족하시고 푹 쉬신 다음에 돌아가시지요. 대통령께서도 만남 자체가 중요하다고 하셨잖습니까』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김 대통령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이 불측한 발언이,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정몽헌 현대그룹이 공모하여 5억 달러를 김정일의 비자금으로 바친 뒤에 있었다는 점을 독자들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즉, 「돈 먹은」 김정일이 「돈 바친」 김대중을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막말은 세계 어느 정상회담에서도 있었을 것 같지 않다. 악마와 사기꾼 사이의 밀담에서나 있을 만한 저속어이다. 사리에도 맞지 않는다. 김일성 대학교에 태극기를 올린 학생들이 있었다면 김정일은 현장 사살 명령을 내렸을 것이다. 인간적 윤리에도 어긋난다. 20세나 연장자인 김 대통령이 아닌가.

이는 도저히 「돈 먹은」 자의 태도가 아니다. 돈 먹고 약점 잡은 깡패의 태도이다. 김대중씨는 그런 모욕을 당하고도 이 자를 「효심 있는 지도자」라고 평했다. 국가 지도자로서는 말할 수 없는 굴욕을 당한 사람이 최소한의 분노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정일 일가와 김대중 사이의 오랜 인연을 짐작케 한다.

「돈 먹은」 김정일이 「돈 준」 김대중을 농락하고 있을 때 그는 「이제 확실히 김대중의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하고 자신만만해 하였을 것이다. 정상회담을 5억 달러에 판 그는 걱정할 일이 없었다. 북한 노동신문이 폭로를 하겠는가. 이 거래가 알려진다 한들 『김대중이 수령님을 알현하러 오면서 조국통일에 써 달라고 갖다 바친 돈이다』고 하면 칭송받을 일이다.

김정일로서는 김대중씨와 현대가 함께 만들어 준 5억 달러가 고맙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문예춘추 2000년 12월호에 실린 김정일의 간부회의 육성 기록(1999년도 작성)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 편집국

<정권을 쥐고 있는 김대중은 야당시대를 먼 옛날처럼 잊어버리고 미제의 등에 타고, 반사회주의 책동에 음양으로 혈안이 돼 있다. 수령님은, 김대중은 민족주의자임과 동시에 애국주의자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대해서, 그리고 수령님의 사랑과 배려, 동지적 신뢰에 대해서, 오늘의 김대중은 배신으로 대답하고 있다.
 
김대중은 야당시대에 민주화를 외치며, 우리들에 접근해 왔는데도 불구하고, 신뢰와 의리를 모두 저버리고, 반사회주의와 반통일정책에 미친 듯이 나아가고 있다>

김일성·김정일 주변에 있었던 인물로서 이 김정일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증언을 한 두 사람을 필자는 알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현지시찰모습     © 편집국

김대중씨는 폭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김정일과는 달리 5억 달러 비자금 제공 사실을 덮지 않으면 파멸한다는 불안을 가질 이유가 충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목전에 둔 그해 가을의 노벨 평화상은 물거품이 되고 정치적 실각 상태를 맞을 것이다. 당시 이미 한국의 한 정보기관은 6월12일 저녁에 「4개 중 마지막 한 개」를 받은 조광무역상사(대남공작기관) 총지배인 박자병이 평양의 김정일 비서실로 「입금사실」을 보고하는 전화통화를 녹음해 두었던 것이다.

김대중씨로선 무엇보다 미국 정보기관의 추적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임동원의 국정원은 송금할 때부터 김정일의 대남공작기관과 내통하고 동맹국 미국의 정보기관을 따돌리는 데 고민해야 했다. 적어도 이 순간 김대중의 남한 정보기관은 적과 야합하여 대한민국과 동맹국을 반역하고 있었다.

2000년 6월14일 그날 김대중은 대단히 위축된 심리상태에서 김정일을 만나고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약속한 5억 달러 중 마지막 수천만 달러 입금에 차질이 생겼다고 해서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하루 연기하여 자신을 당황하게 만들고 세계를 놀라게 한 인간과 대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김정일이 인공기 수사 건을 꺼내면서 『그만 돌아가시죠』라고 위협한 것은 「돈 먹은」 김정일이 「돈 주고 약점 잡힌」 김대중을 더욱 긴장시키기 위하여 한 술책일 것이다. 이날 두 사람이 만든 6·15 공동 선언은 결국 약점 잡은 자와 약점 잡힌 자 사이의 합의였다. 이 합의에 두 사람 사이의 음험한 관계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 않다면 그것이 이상할 것이다.

김대중씨는, 따라서 대한민국은 김정일이 내민 6·15 선언 제2항이란 독약을 마셨다. 그 뒤 한국 사회는 심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그 후유증은 지금의 안보불안, 경제 불황으로 심화되었다.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제2항은 김대중씨가 친북적인 자신의 개인 통일방안에 나오는 연합제와 북한 정권의 가장 중요한 대남 적화 전략을 야합시킨 반역적 행위였다. 5억 달러를 매개로 하여 적과 내통한 김대중씨가 그런 적과의 야합을 생산해 낸 것 또한 자연스런 일이다. 6·15 정상회담의 성사가 야합의 구조를 갖고 있었으니 그런 토양에서 핀 꽃도 「반역의 장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대중씨의 대한민국에 대한 반역적 행위는 그가 서울로 돌아온 이후 본격화되었다. 이미 필자는 그가 김정일에게 넘겨준 50개 항목의 국익·국부 목록을 정리, 소개한 바 있어 반복 설명을 생략한다(월간조선 발간 -「대한민국이 김대중을 고발한다」 참조). 「어떻게 대통령이란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가」라고 땅을 친 많은 사람들은 지금 「이제야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불법 비자금을, 그것도 대남공작부서 계좌에, 바침으로써 김정일에게 약점이 잡힌 김대중은 결국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을 배신했구나」 하는 감회가 그것이다.

왜 그는 김정일이 주한미군의 통일 후 주둔까지 양해했다고 선전하고 다녔는가(김정일은 입만 열면 철수를 주장하고 있던 그 시점에), 왜 그는 황장엽의 방미를 그렇게 악착같이 저지하면서 친북좌익세력의 활동을 방치했는가, 왜 그는 반미운동에 아무 제동도 걸지 않고 방관했는가, 왜 그는 국민세금까지 동원하여 적자 금강산 관광을 유지시켜 주고 그것을 매개로 김정일 측에 현금이 계속 들어가도록 했는가, 왜 그는 그렇게 갖다 바치고도 국군포로·납북어부 한 사람 데려오지 않았는가(김대중 정부는 오히려 탈출한 납북어부의 귀국을 막으려 했었다), 왜 그는 친여방송의 친북보도를 방치하면서 김정일에게 가장 비판적인 조선·동아일보에 대한 편파적 수사를 감행했는가, 약점 잡은 김정일에게 잘 보이려고 한 것인가, 왜 그는 미북 대결에서 동맹국 편에 서기를 거부하고 적의 입장만 대변했는가, 왜 그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민족반역자 김정일 손에 이렇게 무더기로 넘겨주었는가. 왜, 왜, 왜인가.

이제는 알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그는 적에게 약점 잡힌 인간이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동안 온갖 사술과 허언으로 국민을 속인 다음 이 배를 적진으로 몰고 가려고 했다는 것을 이제는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적의 공격력을 강화시켜 주고, 국론분열을 조장하여 아측(아측)의 방어력을 약화시킨 뒤에 한미동맹에까지 금이 가게 만든 김대중은 내부의 적이었다. 대한민국은 선장실을 차지한 적과 동침해 온 셈이다. 대한민국이 그럼에도 적화되지 않았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가 궁금하다. 한미동맹, 조선·동아일보의 감시와 견제, 저질 상류층이 아니면 벌써 선진국 국민 대우를 받고 있어야 할 건전한 주류층의 존재,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의 중심 잡기, 야당의 역할 등을 꼽을 수 있다. 지난 50여 년간 대한민국 세력이 키워 온 자유의 거목, 그 나무에 붙은 무성한 잎사귀, 즉 시장·법치·국회·언론 같은 근대 국민국가의 제도가 결국은 김대중의 정체를 폭로하고 그를 지금 삼켜버리고 있는 것이다.

헌법이 내부의 적을 처단하여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체제를 지키라고 국민들에게 쥐어 준 칼이 국가보안법과 형법의 외환죄 규정이다. 지금 특검이 다루는 사건을 대북송금사건이라고 하지만 드러나는 범죄의 성격상 이제는 「김대중 반역 음모 사건」이라고 부르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우리 형법에 「반역죄」란 명칭은 없지만 김대중이 김정일과 대한민국에 대하여 한 일들을 「반역」이란 말로 정의(정의)할 수밖에는 없다. 6·15 정상회담 이후 일본에선 「악마와 사기사의 악수」란 표현이 나왔다. 필자는 정확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자국의 대통령을 그렇게 부른다는 데 자존심이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위선자는 간교한 자에게 망하고, 간교한 자는 정직한 사람에게 죽는다」는 말을 썼다.

돌이켜보면 김대중의 실패와 비극은 김정일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김정일을 그런 식으로 만나지 않고 대한민국의 정상성과 정체성을 유지하였더라면 김대중씨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유지해 간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실패의 공식은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그가, 김정일을 만나는 것이 무슨 업적이나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그런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비참한 대통령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런 악마의 속삭임을 그의 귀에 대고 들려주는 간신들도 있을 것이다. 국가정보 기능의 사령탑을 장악한 친북 편향 인사들이 그런 말을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자들을 물리칠 수 있을 만큼 마음이 순수하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김정일에게 약점이 잡히지 않았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국군이 있고 세계 최강의 동맹국이 있다. 험프리 미국 부통령은 1966년 2월23일 한국을 방문하여 이런 말을 했다.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은 한국 방위에 대하여 확고한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휴전선 상, 즉 군사분계선 상에 한 사람의 미군이라도 있는 한, 미합중국 전체의 힘이 한국의 안전과 방위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은 미국과 한국을 합한 만큼 강대한 것이며, 또한 미국도 오늘날 한국과 미국을 합한 만큼 강대한 것입니다(Korea today is as strong as the United States and Korea put together. America today is as strong as the United States and Korea put together). 이에 관하여 여러분은 의문을 가질 필요도, 의심할 여지도 없습니다>

이런 한미동맹이 울타리, 발판, 우산 역할을 하는 사이에 한국은 군사비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경제개발과 민주화의 과정을 통과하였다. 그동안 미국은 우리의 상품 약3500억 달러어치를 사 주었고 약 500억 달러의 흑자를 허용했다. 미국 사람들이 한국에 대하여 바보짓을 많이 한 적은 있지만 나쁜 짓을 한 적은 별로 없다. 이런 한미동맹이 구한말에 있었더라면 일제 강점은 없었다. 이런 한미동맹이 이승만의 소망대로 6·25 전에 있었더라면 남침 전쟁은 없었다. 이런 한미동맹이 없다면 한국 주도의 통일도 없을 것이다.

이 한미동맹을 만들어 낸 1953년 여름 이승만-아이젠하워의 결투가 이번 호에 실록으로 실려 있다. 충남대학교 사학과 차상철 교수는 「이승만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이란 논문에서 미국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끌어들인 이승만의 벼랑 끝 전술을 「칼 물고 뜀뛰기」로 비유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부모가 나무를 심으면 자식들이 그늘 덕을 본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북한을 포함한 공산주의 세력의 무력공격의 충동을 사전에 억제시킴으로써 한국의 안보와 생존을 확보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승만은 신생 독립군인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믿었으며, 나아가 그것을 심는 데 성공했다. 한 국민은 그 「나무」의 그늘 덕을 아직까지 보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그것은 이승만에게 있어서 한국의 생존이 걸린 정녕 포기할 수 없는 생명줄이었다>

필자가 이 대목을 쓰고 있는 6월13일 밤, 바깥 광화문 지역은 반미 시위로 소란스럽다. 김정일과 김대중이 키운 철부지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와 이승만·박정희의 노고를 잊어버리고 망나니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들의 행패에 편승하여 정권을 잡은 세력은 김정일과 김대중이 동반 몰락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두 거악은 처한 환경의 차이로 해서 행태는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비슷한 권력이었다. 권력남용, 부패, 속임수가 이들의 상표였다.
 
애국·애족하는 마음이 없는 권력자들의 공통 증상이기도 하다. 김정일과 김대중이 사라지는 것은 자유통일로 나아가는 걸림돌이 제거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을 반대하고 나설 세력은 중국밖에 없을 것이고 그 중국을 무력화시킬 힘은 한미동맹밖에 없다. 위기란 낱말에는 위험과 기회란 뜻이 들어 있다. 종말을 향해 내닫고 있는 두 거악으로 하여 오늘날 한반도 위기는 기회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단, 하나의 전제만 유지된다면. 한미동맹, 그것은 번영의 나무 그늘이자 통일의 생명줄이다. /조갑제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06/11/15 [09:31]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