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계약금 15억원의 비밀
전문성과 공신력 갖춘 에이전트 절실
 
조호열 기자
한국의 스타들이 소속사를 옮길 때마다, "계약금 10억" 등등의 보도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체 스타들은 어떠한 근거로 이러한 막대한 계약금을 챙길 수 있고, 연예기획사는 어떻게 계약금을 수익으로 보전할까? 분명한 것은, 계약금을 지불하며 스타를 소속사에 보유하는 연예시스템은,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연예매니지먼트가 해외바이어들로부터 그다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한류위기를 지적한 KBI(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하윤금 책임연구원 발표한 ‘한류지속을 위한 방송 연예매니지먼트 산업개선방안’ 따르면 한류의 주요대상국과의 비즈니스에서 국내 연예기획사의 브로커와 자칭 대리인등으로부터 사기나 계약이 의심되는 경우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하윤금 책임연구원의 보고서에서 일본의 유명한 호리프로의 호리카즈다카 부회장은 한국과 연예비즈니스를 할 때 한국 연예브로커나 대리인등으로 인해 국내 매니지먼트를 높게 신뢰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하윤금 책임연구원은 “국제시장에 걸맞는 투명성과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적인 인력(에이전트)양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국내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한류관련 산업에 중개인 역할을 할수 있는 공인된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며 “현지인들에게 국내 매니지먼트사들도 사기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하윤금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경우도 에이전시에 라이센스를 발급하면서 업무가 투명해지고 신뢰할 수 있는 공인된 에이전트가 전문화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안정된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성 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 반드시 필요
 현재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 가입되어 있는 국내 연예매니지먼트사는 총 309개에 달한다(2006년 2월 기준). 또한 한류열풍과 더불어 연예매니지먼트사들이 스타시스템을 중심으로 ‘엔터주’라 불리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대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형화 추세로 인해 스타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상대적으로 스타들의 ‘몸값’을 올리면서 출연료 상승과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 단가상승으로 인해 작품흥행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면서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 방송사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스타를 전속시키지 못할 경우 매니지먼트사로서 스타파워를 유지할수 없기 때문에 스타급 연예인들을 무리하게 전속시켜 거액의 전속계약금을 지급하고 있다. 얼마전 ‘엠넷미디어’로 소속사를 옮긴 가수 이효리는 3년의 전속기간 계약금으로 15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거액의 전속금을 지급하면서, 매니지먼트 회사 본연의 수익창출의 길이 막힌다는 것이다.
 
 미국식 공인에이전시 사업 시스템이라면 엠넷미디어는 이효리의 수익의 수수료 10%만 받으면 된다. 그러나 한국의 사업구조는 막대한 계약금을 지불하고, 수수료는 대부분 한푼도 받지 않기 때문에, 이효리라는 상품으로 직접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때문에 모든 연예기획사는 무차별적으로 영화및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하고, 기획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는 아예 제작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효리를 스카웃한 엠넷미디어 역시, 엠넷이라는 방송사와, GM기획이라는 음반사, 포이보스라는 드라마 제작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효리 계약금 15억원의 비밀은 결국 이효리 주연의 영화, 드라마, 음반 등등의 사실 상 독점 제작권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러나 덩치만 커질 뿐 수익구조는 오히려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국내 금융 관계자는 “현재 50여개가 넘는 회사들이 우회상장, 인수합병을 통해 코스닥 상장사로 거듭나고 있지만 거액의 전속금과 소위 ’12:0’같은 계약관행, 외형에 비해 남는 것이 없는 수익모델등은 한류등의 거품이 꺼짐과 동시에 자멸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급성장한 국내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이 전문화된 문화산업으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해야만 한류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제도적 접근을 통해 국내 매니지먼트에 산적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국내 상황에 맞는 라이센스 도입에 대한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의 한류와 국내 연예계가 ‘거품’이라는 지적과 함께 ‘거품’이 사라지면 투명성과 공신력을 확보한 매니지먼트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며 자기개발을 외면한 채 자신의 인기에만 신경쓰던 수많은 연예인과 연예계 종사자들이 무더기 퇴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문화평론가가 말한 “ ‘설경구’나 ‘최민식’같은 배우들이 ‘선생님’으로 칭송받는 연예계가 아니라 그런 배우들로 넘쳐나는 연예계가 되어야만 경쟁력이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갈한 쓴소리가 전문가들의 우려섞인 목소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빅뉴스]
기사입력: 2006/11/18 [09:2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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