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못 끊어도 정신병, 불면증이 있어도 정신병
무소불위의 정신과 전문의의 영역에 대한 고찰
 
이은희기자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 회원들     © 이은희

 담배를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분들! 정신병이랍니다. 밤에 잠을 못 주무시는 불면증도 정신병이랍니다.
 
27일 의정부 법원 앞에서 정신병원피해자인권찾기모임 회원들의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갔다가 재판심리까지 지켜보던 중에 들은 정신과 의사의 황당한 증언입니다. 내놓으라 하는 정신과 전문의의 증언이니 황당하긴 하지만 정신의학계에서는 정말 그렇게 보는 것이겠지요.


대한민국 최초로 정신과 의사가 감금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심리 중에 증인으로 나온 다른 정신과 의사의 말에 방청객은 재판중이라 차마 웃지는 못하고 “그러면 정신병이 없는 정상인이 누가 있어?” 하는 수군거림이 들렸습니다.


‘판사님도 어이가 없으신지 아니면 골치가 아프신 건지 숨을 몰아쉬시던데 그렇다면 혹시?’ 하는 웃지못할 생각을 하며 정신과 의사의 증언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 사건 피해자의 병명은 ‘상세불명의 신경증적 장애’라고 합니다. ‘신경증장애’는 긴장과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과민한 것도, 자기비하, 자기멸시, 완전벽, 과시욕, 자기불확실성, 융통성 결여 등이 해당 된다고 합니다.


긴 한숨과 함께 많은 고뇌(?)를 하게 만드는 증언이었습니다. 긴장이 되고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과민한 것은 보통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융통성이 없어 맹꽁이나 사오정 소리를 듣는 사람조차 ‘신경증장애’ 환자라고 해야 할까요? 살다보면 자기비하를 할 때도 있고 잘되는 일이 생기면 과시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기 마련인데 그러면 정신병이 걸렸다가 낫고 다시 정신병이 걸렸다가 낫고 하는 것일까요? 이제는 순진한 건지 신경증장애가 있는 정신병 환자인지조차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의 증언을 듣고 있자니 오히려 없던 정신병이 생길 것 같았습니다. 꼼꼼한 성격 아니면 완전벽, 겸손 아니면 자기멸시, 자기PR 아니면 과시욕···경계선은 없고 오직 정신과 의사들의 진료를 통해서만 증상의 정도에 따라 정신병이 될 수도 있고 정상범주에 들 수도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검사와 증인으로 나온 정신과 의사의 대화를 잠시 적어보겠습니다.
검사 - “정신보건법상 ‘정신질환자’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범위라고 해야 하나요?”
정신과 의사 - “다 포함됩니다.”(기질적 정신병, 인격장애, 알코올 및 약물중독, 비정신병적 정신장애)
검사 - 범위는 광범위하게 둔다고 해도 사안에 따라 정신병인지 아닌지를 본다는 것인가요? 정신질환은 없지만 가정불화로 가슴이 답답한 것도 정신병인가요?
정신과 의사 - “정신질환으로 봅니다.”
검사 - “그러면 일단 입원시켜 놓고 사후에 (병의 증상과 정도에 따라) 제한해서 퇴원을 시키고 있나요?
정신과 의사 -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법적인 잣대로 재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기준으로라면 정신병이 없는 사람은 없고 정신병원에 일단 입원한 상태에서 정신병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비약해서 정신과 의사와 뇌사자가 아닌 이상 정상인은 없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정신과 의사만이 모든 사람들의 정신세계에 대해 논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다는 말밖에는 안됐습니다. 답답한 생각에 ‘정신세계에 대해서 정신과 의사들은 어떤 근거로 판단할 자격이 있고 그 판단을 또 얼마나 믿고 신뢰할 수 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피해자 정피모대표 정백향씨     © 이은희

이 사건의 경우 남편이 부인의 종교를 문제 삼아 목사와 함께 강제로 개종시키려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강제입원 시켰는데, 의사가 제대로 진료를 한 것인지 아니면 뻔히 정신병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눈감고 입원시켜 준 것인지를 가리는 재판에서 나온 말이라 실로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피고인 의사의 말을 정리하자면 "피해자는 ‘종교적 망상 의증’이라는 정신질환으로 검사와 치료를 하려고 폐쇄병동에 입원시키고 관찰했으나 ‘상세불명의 신경증적 장애’ 로 밝혀져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종교적 망상이 의심이 되어 검사 할 목적으로 강제 입원시켰는데 검사해 보니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신경증에 해당하는 장애로 의심되는 정신질환으로 밝혀졌다.’ 뭐 이런 말인 것 같습니다.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정확하지는 않을지라도 이 사건을 몇 차례 취재하러 다니다 보니 대충 알아듣는 말이 생기더군요. 아무튼 피해자 정모씨의 억울함이 풀리길 바랍니다. 황당하기만 한 정신과 의사들의 증언은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이번 재판을 통해 무소불위한 정신과 의사들의 재량권 남용을 제한 할 수 있는 판결이 내려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근래 정신병원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많은 시점에서 진행되는 재판이라 결과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정신병원 안에서 지금도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정신질환자들이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이번 재판을 통해 열리길 바랍니다.
기사입력: 2006/11/30 [10:32]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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