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하나만 잘사는 나라
 
윤정호 기자
“난쏘공”으로 더 잘알려져 있는 조세희씨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2007년 초 다시 연극 무대에 올려진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1970년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의 고통어린 삶을 그린 난쏘공은 최인호의 “광장”과 함께 우리 문단 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왜 일까? 그것은 아마도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젊은 시절, 난쏘공을 읽고 분노한 나머지 노동, 농민, 빈민 운동에 투신했던 이들의 위선적인 행동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우리 경제의 발전과 더불어 국민들의 삶이 급속도로 개선되던 70년대를 “생지옥”이라고 여겼다. 정부가 눈부신 경제 실적을 제시해도 이를 거짓이라고 일갈했다. 대신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공장에 위장취업을 했다. 농민 운동을 이끌었고 도시 빈민운동에 참여했다. 민중들의 편에서 함께 싸워야한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30년 뒤. 권력을 손에 넣은 그들은 난쏘공의 메시지를 깡그리 잊어버린듯 하다. 민초들은 하루가 다르게 절망과 좌절의 늪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건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을 않는다.
 
 2006년 겨울. 국민들은 절망을 한다. 삶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중산층 붕괴, 취업난, 그리고 절대 빈곤층의 증가는 더이상 뉴스 거리도 아니다. 그런데 내년도 민생은 올해보다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성장율은 올해보다도 낮을 것으로 보인다. LG 경제 연구원은 2일 2007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 성장률을 4.0%,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을 각각 3.6%, 4.9%로 추정했다. 성장률은 2006년 예상치보다 0.7%포인트 낮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역시 각각 올해에 비해 각각 0.6%포인트, 1.9%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셈이다.
 
 공공요금은 내년에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까지 철도 요금이 평균 9.3%, 우편 요금이 11%가 오른 데 이어 내년부터는 건강보험료, 상하수도요금 그리고 대중 교통 요금이 뒤를 이을 예정이다. 조세 부담은 어떤가. 2007년 국민 1인당 세부담은 383만원으로 올해보다 20만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소득세는 13조7천764억원으로 약 13.0% 늘어나고 자영업자들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는 5조3천252억원으로 약11.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도 문제다. 정부의 11.15 부동산 대책과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등으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갔고 시장 금리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신규 대출자 뿐 아니라 이미 대출을 받은 금융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갈 것이다. 그 여파로 인해 소비가 위축될 것이다. 내년 내수 경기는 올해보다 더 나빠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러다 보니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IMF 때보다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이로운 성장을 기록했던 70년대의 경제, 사회상에 분노했던 이들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야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이하 정부 여당 정치인들은 무감각하기만 하다. 올해 초, 주가가 크게 뛰었다며 “경제는 이제 왠만큼 됐다.”고 선언한 노대통령. 지난 28일 부산을 방문한 그는 부동산 정책말고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 다음날에도 정부가 "자신있게 얘기 할 수 있을 만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며 국민들이 참여정부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못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송영길 의원과 같은 극소수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서 우리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 수치만을 들먹이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환생을 본다. 서민의 편에 서겠다며 국민들의 표를 긁어 모은 뒤, 집권을 한 뒤에는 이들을 외면하는, 인기 영합주의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정치꾼의 모습을 본다. 스스로를 “민주화 세력”이라고 자부하는, 민중의 편에서 “가진자의 횡포”에 맞서 싸웠다는 이들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난쏘공이 무대 위에 올려지는 내년만큼은 이들 위선자들이 다시 권력을 쥐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빅뉴스]
기사입력: 2007/01/02 [14:46]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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