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목사에 대한 문화적 편견을 깨뜨리기 위하여
 
정진희
여자 목사에 대한 문화적 편견을 깨뜨리기 위하여



사도 바울은 성경에 등장하는 최고의 지성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유대의 율법을 배웠고 당시의 세계 제국이었던 로마 제국의 시민권자였다. 예루살렘과 로마와 아테네와 지중해 전역과 페르시아를 두루 여행한 그는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로마의 문물을 접한 세계화된 인물이었다. 그 정도의 경륜이면 어떠한 편견이나 가치에 대해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그도 역시 문화적 제약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동등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유대와 로마 문화와 가치의 눈으로 여성을 보았다. 가부장 문화의 대표격인 히브리 문화에서는 족장과 아버지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여자들은 집안에서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며 남자인 남편과 아버지에게 절대적인 복종을 해야 했다. 로마도 역시 여성은 하위 집단으로서 남성 우월의 지배 하에서 자신의 이름 조차 가지지 못했다. 이를테면 코르넬리우스 집안의 딸이면 코르넬리아로, 율리우스 집안의 딸이면 율리아로 불렸다. 바울은 히브리와 로마의 그러한 가부장적이고 남성 우월적인 문화의 편견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자는 가르쳐서는 안되며 남자를 지배해서도 안되며 단지 조용히 하고 절대적으로 순종하고 수동적으로 배우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 바울의 여성관이었다. 범세계적인 문화를 체득한 바울이면서도 여성에 대해서는 자신의 문화적 편견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토록 견문이 넓고 박식하며 교양을 두루 갖춘 바울 조차도 문화적 편견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그보다 못한 우리야 오죽하겠는가. 한국에 개신교 교회가 심어진 지 100년이 지나서 여자도 안수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남녀가 동등하게 되는 데 1세기가 걸린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바울에 비하면 편협하고 옹졸한 우리가 제도적으로 남녀가 동등하게 되었다고 해서 여자들을 비하하는! 문화적 편견을 쉽게 떨쳐버릴 수는 없다. 벌써 일부 교회에서는 시무중인 여자 전도사가 안수를 받겠다면 교회를 옮기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풍문이 있다. 심방이나 하는 여자 전도사는 용인하지만 설교를 하고 가르치는 여자 목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유교적인 남존여비 사상과 바울의 문화적 가치가 덧씌워진 순종적이고 종속적인 여성관은 한편으로는 우리의 전통적인 가치라는 허울로, 다른 한편으로는 성서적이라는 신학적 논리로 이제 겨우 제도적으로 동등해질 수 있는 길이 열린 여자 목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남녀 동등은 제도적인 보장에 더해서 여성에 대한 문화적 편견 내지 차별이 없어졌을 때 이룩될 수 있다. 여성 안수와 같은 가시적인 제도적인 조치를 이루어내는 데 100년이 걸렸다면 우리의 유교 문화와 성서 문화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여성에 대한 비공식적인 문화적 편견을 타파하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아마도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데 걸린 시간과 버금갈 것이다. 그러면 완전한 남녀 동등을 실현하기 위해 또다시 1세기를 허송해야 하는가? 그렇게 마냥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문화적 편견의 벽은 너무나 두터워서 강제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저절로 무너지지 않는다. 따라서 남녀 동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올해부터 여성 고용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의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를 도입해서 일부 시행하고 있다. 적극적 조치는 여성을 우대하는 조치로서 이를테면 여성 할당제가 하나의 예이다. 여자 목사에 대한 문화적 편견의 벽을 허물어뜨리기 위해서는 교회에도 이러한 적극적 조치와 같은 충격 요법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 신학대학원 졸업생 중에서 여자 비율 만큼을 교회가 여자 목사를 청빙하도록 강제하는 조치와 같은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신학대학원 여자 졸업생들은 목사 안수의 기본인 청빙을 받을 수 없거나 또는 안수만 받을 뿐 일할 교회를 찾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기사입력: 2007/01/09 [12:05]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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