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빡이 자해 개그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자신을 더욱 고통스럽게 보이게 할수록 관객으로부터 더 많은 박수를 받는다는 사실
 
유석춘칼럼리스트
요즘 세간의 화제는 단연코 “골목대장 마빡이”다. 한 TV 개그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이 코너는 “자해 개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개그는 무지 단순하다. 마빡이 얼빡이 대빡이 갈빡이가 차례로 등장하여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이마를 때리며 괴로워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더욱 고통스럽게 보이게 할수록 관객으로부터 더 많은 박수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의 개그를 보면 왜 노무현 대통령이 연상될까?. 노무현 대통령은 항상 스스로를 약자라고 주장해 왔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못했고, 좋은 대학을 다니지도 못했으며, 어렵사리 사법고시를 통과해서 변호사가 된 후에도 생계 걱정에 시달려야 했다고 밝힌다. 어디 그뿐인가. 정치에 입문한 후에도 항상 소수 세력에 속해 있었으며 또한 항상 지는 선거만 해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내세우기보다 자신이 얼마나 힘든 역경을 헤쳐 나와 대통령이 되었는지, 그리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처지에 있는지를 강조한다. 이는 스스로 이마를 때리면서 자신을 불쌍한 인물로 봐달라는 호소와 다름없다. 그의 이러한 발언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한 전략이기도 했다.
    
     노무현식 자해 정치는 2004년 탄핵 사태에서 절정을 맞았다. 탄핵을 유도한 것처럼 보이는 대통령의 발언 그리고 탄핵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의 여당 압승이 그 구체적 모습이다. 청와대에 박제된 비운의 대통령이라는 스스로 연출한 자해의 상황은 순진한 국민들의 동정적 지지로 연결되었다.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할수록 더 많은 박수를 받는 자해 정치의 대승리였다.
    
     자해 정치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분분했던 야당과의 대연정 제안이 좌절되자, 국민 대화합과 통합을 모색하려 했던 자신의 노력이 야당의 반대로 좌절을 맞았다고 선전하였다. 이번 연임제 개헌 제안 역시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대통령은 또 한 번의 좌절을 자초하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야권의 반대는 물론이고 그나마 동정표를 기대했던 여론 역시 부정적이기만 하다. 심지어는 이번 개헌안의 무산이 대통령직을 그만두겠다는 자해 정치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예측마저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마빡이 자해 개그와 노 대통령 자해 정치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각각의 동작들과 제안들 사이에 그 어떤 의미의 연관성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마빡이 얼빡이 대빡이 갈빡이가 각각 취하는 동작을 놓고 왜 하필 그런 동작을 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들은 오직 스스로를 더 고통스럽게 보여 대중에게 더 많은 박수를 받아 무대에서의 조명을 유지하고자 할 뿐이다. 
 

     노 대통령이 던지고 있는 일련의 자해 제스처들 역시 일관성이나 뚜렷한 정책적 지향을 발견할 수 없다. 개헌에 대해 1년 전만 해도 “되지도 않을 일 갖고 평지풍파 일으킬 생각 없다”고 하더니 이제는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입장을 바꾸었다. 자해 정치는 오직 평지풍파를 목표로 한다. 그리고 그 풍파의 중심에 항상 대통령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과시할 뿐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유석춘
 
[이 글은 시사저널 900호 (2007년 1월 15일) 및 정치웹진 프리존 (www.freezone.co.kr) 에 실린 내용임 ]
기사입력: 2007/01/17 [02:37]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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