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보수세력에게 경고한다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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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서 서서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남녀관계라고 하는 말을 듣게 되는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사람들은 헤어지는 일이 없을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들이 각각 다른 사람들과 결혼하는 것을 보게 되면 정말 큰소리치기 어려운 것이 결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대선 후보들이 정권이라는 신부와 한 살림을 차리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번엔 틀림없이 어떤 후보가 정권을 신부로 맞이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는 있지만 뚜껑을 열어보기까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투표가 끝나고 개표를 통해 결과가 드러나 봐야  분명한 결론을 내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이 일은 대선 후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당들의 정권획득이라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그런 일을 충분히 보아왔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임기 이후에 민정당이라는 정당이 더 이상 정권을 이어가지 못하리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통일민주당의 김영삼 총재,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 총재가 3당 합당을 함으로써 민자당이 탄생하고 결국 민자당이 정권을 획득하였습니다.

현 노무현대통령 정부가 들어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획득하리라고 기대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당시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 후보는 상대당 후보에 비해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도 아니었고 사실 새천년민주당 내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그런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선거 결과를 개봉하니 한나라당이 패하고 새천년민주당이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주저리 늘어놓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보수 세력은 이미 선거 결과가 끝난 듯 샴페인을 터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연쇄 탈당을 보면 곧 무너질 것 같은 열린우리당의 상황이지만 그럴지라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승리를 위한 걸음을 절대로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한나라당이나 보수 진영의 모습을 보면 갑갑하기 그지없습니다. 열린우리당이 이미 끝난 것처럼 간주한 채 보수진영의 대선 후보들끼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서로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만 해도 꽤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박근혜 후보 진영과 이명박 후보 진영의 세싸움인데 서로가 흠집내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서로 싸워야 한다고. 그러면서 경쟁력도 생기고 강해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그러나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책대결을 벌이며 싸우는 것은 찬성합니다. 많이 싸워도 좋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전력에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자꾸 끄집어내고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보수진영 전체를 파멸로 몰아갈 폭탄이 되고 말 것입니다. 가뜩이나 위기에 몰린 열린우리당의 입장에서 보수진영 후보끼리 망가뜨리는 모습은 가뭄의 단비처럼 여겨질 것이고요.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들이 모여서 경선 굴복을 재확인한 것은 잘한 일입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안됩니다. 사람은 누가 뭐래도 감정의 동물입니다. 상대에게 상처를 많이 주거나 받으면 앙금이 생기기 마련이고 더 나아가 서로 간에 건널 수 없는 깊은 바다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런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경선에서 진 후보는 아쉬울 수도 있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가 나온 즉시 경선에서 이긴 후보가 대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입장에 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너무 심한 감정적 대립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적의 진영을 앞에 두고 자기 편 장수들끼리 쌈박질을 하고 있다면 전쟁의 승리는 물 건너간 것입니다. 한나라당이나 보수세력 입장에서 비록 열린우리당이 적은 아니라 할지라도 대선에서 꼭 이겨야할 대상이기는 합니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을 관심밖에 두고 무시한 채 자기들끼리 서로 대통령을 차지하겠다고 싸워서는 안됩니다. 뚜껑을 열어보기까지 알 수 없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보수 주자들끼리의 싸움이 아닌 열린우리당을 염두에 둔 싸움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에게 촉구합니다. 같은 당 내에서의 경쟁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을 중단하십시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분명히 말합니다. 열심히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응원하되 경쟁 후보에 대해 비방하는 것을 그만두십시오. 그리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졌을 경우엔 현 경쟁상대인 후보(경선에서 승리한)를 돕는 위치에 서겠다고 결심하십시오. 진정 정권 교체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 말입니다.

기사입력: 2007/01/25 [14:22]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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