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탓탓, 남의 탓 정치의 연속
노대통령의 신년연설은 방송사고 수준
 
공희준 칼럼니스트
방송사고였단다. 다른 누구의 비꼼이 아니라 다름 아닌 청와대 스스로 실토한 사실이다.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년특별연설이 외려 대통령이 웃음거리가 되는 빌미만 제공한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준비부족을 지적하고, 일각에서는 내용의 부실을 질타한다. 대통령의 무모한 즉석연설을 만류하기는커녕 되레 충동질한 청와대 참모진을 겨눈 비난여론 역시 비등하고 있다. 미숙하고 무능한 국정운영에 실망해 참여정부에 등을 돌린 여느 사람들처럼 나도 비판대열에 은근슬쩍 동참하련다.
 
 노무현 정권의 잔여 지지자들은 대통령이 표방한 탈권위적 행동방식을 대표적 치적으로 자랑한다. 그들의 으스댐에 화답하는 의미에서 섹시한 권위파괴적 비유법을 걸쭉하게 동원할 심산이니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대통령 신년연설과 관련된 이런저런 후속보도를 접하고 대뜸 떠오른 얼굴은 정치권에 몸담은 인물이 아니었다. 이명박과 박근혜도, 김근태와 정동영도, 손학규와 노회찬도 연상되지 않았다. 엉뚱하게도 탤런트 서민정의 모습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서민정 하면 으레 따라붙는 이미지가 온갖 엽기적 형태의 방송사고다. 그 가운데서도 단연 백미는 소위 ‘탁탁탁’ 사건이랄 수 있겠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거시기한다는 어느 짓궂은 청취자의 장난사연을 영문도 모른 채 라디오 생방송 도중에 소개했다가 본의 아니게 구설수에 휘말렸던 희대의 해프닝. 대통령을 향한 온갖 공격 중에서 제일 치명적 논리가 남 탓만 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탓무현’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이 탄생했겠는가?
 
 문제는 노무현 대통령 혼자서만 아침에도 탓탓탓, 점심에도 탓탓탓, 저녁에도 탓탓탓 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에서 힘깨나 쓴다는 내로라 하는 집단과 개인들 전체가 종일 남들 탓만 하며 산다. 대통령을 경제파탄의 주역이라 몰아세우는 한나라당 및 조중동 언론권력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사회가 여전히 IMF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은 도저히 남 탓할 처지가 아니다. 반전의 징후가 좀체 발견되지 않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추세의 시발점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정권이 초래한 IMF 관리체제다.
 
 조선·동아·중앙일보 같은 거대 언론기업이 노무현 탓을 하기에 앞서 꼭 이행해야 할 공익적 의무가 있다. 지면에 부동산광고 싣지 않는 거다. 재테크기사 자제하는 거다. 신문지상에서 재테크기사와 부동산광고가 사라진 연후에만 비로소 부자신문들은 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실패를 탓할 명분과 정당성이 확보된다.
 
 이명박 진영의 박근혜 탓은 덮어씌우기 수법의 치사함에 있어 차마 눈뜨고 못 볼 지경이다. 이재오 의원이 총대를 메고 인혁당 조작사건이 한나라당에 미칠 충격파는 오로지 박근혜 탓이라고만 우긴다. 한데 이명박씨가 대한민국 최대의 건설회사 사장으로 출세하고, 덕분에 큰부자가 된 건 박정희가 철권통치하던 시절의 일이다. 안면몰수하고 박근혜 탓할 주제가 아니다.
 
 이야기의 초점을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옮겨보자. 김근태·정동영·천정배씨는 노무현 탓을 할 자격이 정말로 없다. 참여정부에서 장관까지 역임했으면 권부의 노른자위를 실컷 맛본 셈이다. 노무현의 독선과 영남친노의 준동은 2002년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이미 싹튼 상태였다. 당시는 선거운동에 전념할 시점이라 적전분열이 두려운 까닭에 견제를 참았다고 치자.
 
그런데 대선이 마무리되고 정권이 출범한 다음인 지난 4년 동안은 왜 한 차례도 청와대를 향해 ‘No!’라고 직언하지 않았는가? 이해찬과 유시민, 김두관과 노혜경 부류의 사이비 개혁세력이 일관성 측면에서는 한결 낫다고 국민이 생각하는 배경이다. 그네들은 정권 끝날 때까지 양심에 발모제를 뿌리며 확실히 충성할 태세이므로.
 
 노무현 정권의 시대정신을 정의하는 열쇠말로 나는 주저 없이 ‘탓’을 꼽겠다.
 
더 많이 가지고 누릴수록 탓이 입에 배었다. 자식에게 불법으로 경영권을 상속하려다가 민심의 공분을 자초한 삼성재벌은 국민의 반기업정서를 탓한다. 집값 폭등하는 바람에 앉은자리에서 수억에서 수십 억을 횡재한 강남아줌마들조차 세금을 탓한다. 서민대중한테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불어넣어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 정권은 세간의 개혁열망이 과도하다며 유권자들을 탓하기에 바쁘다.
 
 아침에도 탓탓탓, 점심에도 탓탓탓, 저녁에도 탓탓탓 풍조는 노정권의 퇴장과 무관하게 쭉 이어질 기세다. 따라서 지금 시대를 희화적으로 ‘서민정의 시대’라고 익살스럽게 명명하고 싶은 것이다. 소리쳐봐 외쳐봐 아쩌셔 붐인데라 붐인데라 붐인데라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서민정 시대의 커다란 특색이라면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이 국민의 마음을 얻기가 쉬워졌다는 사실이다. 백성들의 기대수준을 끌어내린 점은 참여정부의 걸출한 업적이었다. 민생경제 살리고, 국보법 철폐하는 등의 난이도 높은 수행능력은 이제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약간의 상식적 개념만 충전해도 유능함을 인정받는 분위기다. 그냥 아침에도 제탓제탓제탓, 점심에도 제탓제탓제탓, 저녁에도 제탓제탓제탓 하며 떠들고 다니면 만사형통이다. 성격도 능력이고, 태도도 능력임을 노무현을 통해 국민들은 충분히 학습한 터다. 강고한 권력의지가 보태진 점잖은 태도와 겸손한 성격의 소유자야말로 서민정의 시대를 종식시킬 적임자일 듯싶다. [e조은뉴스 기사제휴사=빅뉴스]
기사입력: 2007/01/29 [15:5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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