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안희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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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석시계 전시회) 

혁신이라는 말은 참 좋은 말입니다. 개혁을 통해 비만을 제거하고, 모든 기능을 원활하게 만들며, 조직이나 단체가 제 역할을 감당하도록 만드는 것을 혁신이라고 할 때 그 어찌 좋은 말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혁신의 의미로 사용되는 이노베이션은 경제에 새로운 방법이 도입되어 획기적인 새로운 국면이 나타나는 일을 일차적으로 의미하지만 보통 보다 넓은 의미에서도 사용된다).

그렇기에 여기저기에서 혁신이란 말을 접하게 됩니다. 경영혁신, 기술혁신, 정부혁신 등. 그러나 혁신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그에 대한 홍보를 하며 일시적인 운동을 벌인다고 해서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위한 대가가 지불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저항을 받을 수도 있고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연구하며 개혁을 추진해나갈 때 비로소 혁신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이런 혁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혁신이라고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 있다는 점인데 무역협회의 변화된 모습을 살펴보면 이런 게 진정한 혁신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역협회는 1946년에 설립되었으며 무역진흥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조직입니다. 무역자치화 조치로 인해 회원가입이 자유화되면서 재정자립 없이는 생존할 수 없을 만큼 위기에 처한 무역협회는 그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지금에 와서 무역협회는 무역진흥에 있어 꼭 필요한 기구로 자리매김하였으며 공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관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런 변화가 가능했던 요인들을 몇 가지 정도 살펴보려고 합니다.


1. 가슴 아픈 구조조정

첫째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뼈저린 구조조정의 과정입니다. 비만한 단체가 건강을 회복하려면 가장 시급한 것이 살을 빼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실직당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은 섭섭함과 분노를 경험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구조조정에 맞서 구조조정 저지와 경영권 퇴진운동을 전개하였는데 결국 무역협회 전체를 살리기 위한 구조조정은 이루어지고 맙니다.

2.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한 노력

구조조정의 여파로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마음이 무겁기는 매일반인 상황일 때 무역협회는 직원들의 사기를 세워줄만한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무역협회 임직원의 배우자 생일에 회사 명의로 꽃바구니와 케익같은 것들이 배달되기도 하고, 김재철 회장이 직접 노조 기념일에 노조원들과 함께 하며 격려사를 하는 등 세밀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무역협회의 분위기는 점점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서로 통하게 되는 것은 큰일을 통해서라기보다 작고 세미한 것들을 통해서인데 그 점을 잘 파악하고 노력을 기울여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입니다.

3. 인사관행과 인맥의 타파

1992년 무역협회의 임직원들이 모여 자유로운 토론을 벌일 때 인사에 대한 불만이 많이 쏟아져 나왔고 그 당시 김재철 신임회장은 직원들로 하여금 사내요직에 적격인 인물을 써내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민선 총무부장과 기획조정실장이 탄생하였는데 이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뿌리 박혀있던 인사 관행을 뒤엎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일시적인 조치가 아니었는데 그 후로도 개인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졌으며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경우 승진할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4. 지도자의 솔선수범

자신은 움직이지 않으면서 시키기만 하는 상사의 말은 영향력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먼저 앞장 서 가면서 따라올 것을 촉구한다면 그것은 다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무역협회는 화요일 8시에 화요 포럼을 열었는데 김재철 회장은 앞장 서서 참여를 하였습니다. 4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앞줄에 앉아 끝까지 강의를 경청하였다고 하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직접 강사로 강의를 하기도 하고 적극적인 참여자들에게 해외 연수 등의 가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기도 했는데 점차 화요포럼은 자기개발의 장이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되었습니다.

5. 의사결정단계의 축소

어느 단체나 조직이든지 의사결정의 과정이 복잡하면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됩니다. 그 경우 비용은 늘어나고 효율은 떨어지게 되는데 무역협회는 이 부분을 바로잡기 시작하였습니다. ‘결재실명제’와 “처리기한제”같은 제도가 대표적인 예인데 결재 문서를 작성할 때 작성자의 이름을 적고 최종 결제까지 이틀을 넘기지 않도록 처리기한을 정하였는데 그 후로 꾸물대느라 낭비되는 시간과 비용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6.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활용

무역협회가 벌인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 국제전시연맹의 인증을 받게 된 것이 있는데 “서울국제스포츠 산업전”과 “국제보석 시계전”입니다. 일을 벌이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고 일의 효율성을 강조하였으며 어떤 국제 전시회든 2년간은 적극적으로 투자하되 그 다음 3년째부터는 성과를 내어 자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 목표를 이룬 것입니다. 국화 전시회의 경우 동아리 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국화를 전시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파악한 후 그들에게 임대하는 형식으로 전시회를 바꾸었는데 8억 가까이 들던 비용으로 1억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7. 서비스의 질을 높임

무역협회는 주 고객은 중소기업인데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조사한 것을 토대로 정책을 벌여나갔고, 중소수출업체에 돌아가야할 관세 환급금을 되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157억원을 찾아주었으며, 수준 높은 자료를 중소기업 등에 제공함으로써 중소기업이 무역을 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시작하였습니다. 덕분에 무역협회의 자료는 더 이상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쓸모없는 자료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에 꼭 필요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무역협회라는 한 기구가 수많은 노력과 대가 지불을 통해 놀랍게 혁신된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정부 부처들이 혁신되어야 하겠고, 교육의 요람인 학교들이 또한 혁신되어야겠으며, 심지어 종교단체나 시민단체 등에도 혁신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에 대한 대가는 치르지 않고 입으로만 혁신을 외치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말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기회라고들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혁신에 대한 열망을 품고 하나 둘씩 제 자리를 잡아나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정부나 기업이나 사회의 수많은 단체와 조직들이 가진 입장과 처지가 다르기에 무역협회의 혁신을 고스란히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원리적인 측면에서 많은 통찰력를 얻을 수 있으며 자극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대로 복지부동의 자세를 이어나가면 한국의 아시아의 4룡이 아니라 이무기가 될 것입니다. 혁신을 통해 다시 한번 아시아의 떠오르는 별로 성장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기사입력: 2007/02/03 [09:56]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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