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만의 새로운 도전, <콜래트럴>
톰 크루즈의 2% 부족한 악역 연기
 
박형준

사람들은 흔히 재미삼아, 또는 심각하게 신년운세를 보곤 한다.그리고 그와 관련해 우리가 가장 흔하게 하는 농담은 "동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나 네 신세가 활짝 핀다"라던가, "누굴 차에 태우면 네 올해 운은 대박이다" 정도가 될 것이다.하지만 세상살이라는게 꼭 "대박"만 있는 것은 아니다.그들이 말하는 "재수"라는게 없다면 대박은 커녕 쪽박만 찰 것이고, 목숨까지 위태로울지도 모른다.LA의 평범한 택시운전사 "맥스"는 자신이 태운 여자 손님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잠시 미소지으며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가 놓칠뻔한 손님을 다시 태우면서 이른바 "쪽박"을 차게 된다.그리고 그 "손님"이 제안한 "따블~" 제안에 혹한 나머지 생전 근처에도 안가본 마피아와 경찰의 틈바구니 속에서 목숨까지 위태로워지고 마는 것이다.



"손님", 즉, "맥스"의 택시를 전세한 정체불명의 싸늘한 "킬러"는 그가 나오는 영화 치고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는 것이 두드러지는 특급스타 "톰 크루즈"다.<히트>에서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라는 두 명우 사이의 총격전을 화끈하게 그려낸 마이클 만 감독은 톰 크루즈와 어제 <레이>를 통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제이미 폭스라는, 연기폭이 다양한 두 배우를 이끌고 이번엔 <히트>와는 다소 다른 성격의 <콜래트럴>을 연출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마이클 만"이라는 이름과 함께 <히트>를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콜래트럴>에서는 <히트>를 장식한 화끈한 기관총 총격전은 등장하지 않는다.<히트>와는 다르게 <콜래트럴>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바로 하룻밤 안에 5건의 청부를 해치우고 떠나야 하는 킬러 "빈센트"와 우연찮게 그에게 말려든 택시기사 "맥스" 사이에서의 심리대결이다.

그동안 다양한 영화에서 정말 다양한 성격의 연기를 보여준 톰 크루즈는 이번엔 짧은 단발머리에 드문드문 난 턱수염이 인상적인, 싸늘한 킬러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최근에는 <바닐라 스카이>나 <미션 임파서블2> 등과 같이 "느끼한 매력"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많았던 것을 감안해본다면 역시 또 색다른 변신이다.하루빨리 그에게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의 살인행각에 협조해야만 하는 "맥스" 역의 제이미 폭스 역시 어쩌면 가장 힘든 역할일지도 모르는 "평범한 소시민"의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했다.<콜래트럴>은 이 두 사람 간의 밀고 당기는 시소와 같은 심리게임으로서 <히트>와는 다른 지적인 스릴러로서의 매력을 보여준다.다만 그 결말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평이한 결말이라는 것이 흠이라면 흠인데, 두 배우 간의 심리적 시소게임 자체만으로도 이 흠은 충족될 것이다.악역 연기에 도전한 톰 크루즈의 "악역"이 무언가 2%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또다른 아쉬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빈센트"의 네번째 의뢰의 타겟이 LA한인갱단의 두목인 탓에 "빈센트"의 "처리과정"에서 여기저기서 다양함에 있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한국산 욕이 산발적으로 들려온다는 것이다.007 시리즈 20탄인 <어나더 데이>에서의 어설픈 한국말을 생각하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뿐만 아니라 갱단 두목의 아지트인 "나이트 클럽"에서의 "빈센트"의 총격전, 춤을 추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빈센트"와 "맥스" 간의 시소게임 역시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는 "한국산 욕"의 매력을 제외시켜 영화적 재미 자체로만 보아도 괜찮은 편이다.그와 더불어 도시 곳곳에 등장하는 한글 간판도 우리의 시각을 끄는 묘미가 있다.

<콜래트럴>에서 가장 많은 의문과 함께 역시 무언가 아쉬운 감이 느껴지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여운"을 제공하는 것은 바로 결말 부분일 것이다.이와 관련해서는 관객들이 분명히 의아하게 여길 장면이 하나 있는데, 스포일러성 글이 되는 것을 피해 한가지만 말한다면 킬러의 총은 보통의 총과는 다르다는 것이다.그것을 알게 되면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그리고 "지하철에서 누군가 죽었지만, 아무도 알아보는 이가 없다"라는 자조섞인 마지막 메세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뒷골목 세계에 뛰어든 이들의 희망없는 삶에 대한 영화의 관점을 한마디로 설명한 것이 될 것이다.한마디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다.



어쩐지 <콜래트럴>에 등장하는 음악들은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자극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대부분이다.뒷골목 세계에 뛰어든 이들이 꿈꾸는 화려한 삶에 대한 동경과 그런 그들이 걷게 되는 긴장넘치는 삶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그러한 메세지들을 차치하더라도 음악 자체가 멋진 매력으로 느껴질 정도로 섹시한 매력의 음악이 돋보인 영화이기도
기사입력: 2005/03/01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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