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기록도 국민 기분도 홈런
이승엽 39년 만에 아시아 기록 56호 깨다
 
고재만


국민 모두가 기다렸던 “그 홈런”이 시즌 마지막 경기인 지난 2일(목) 마침내 대구구장에서 터졌다.

삼성의 홈 그라운드는 말할 것도 없고 온 국민들이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였다.

청와대도 노대통령께 긴급 보고를 하고 노대통령도 축전을 보내 축하했다. 온 국민이 간절히 바라던 바로 그 홈런이었다. "따악"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흰 점 하나가 밤하늘로 치솟아 오르자 모두가 숨을 죽였다. 2~3초 후, 우레와 같은 환성이 스탠드를 뒤흔드는 가운데 56발의 휘황찬란한 축포가 터졌다.

아시아 홈런왕에 등극한 "국민 타자"는 예상 외로 차분한 표정으로 천천히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동안 지겨울 정도로 홈런포가 침묵했던 것은 결국 막판에, 그것도 홈구장에서 터져 더 큰 기쁨과 감동을 주려는 신(神)의 배려였음을-.

이승엽은 2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시즌 56호 홈런을 때려내 39년간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있던 오 사다하루(王貞治.다이에 호크스 감독)가 보유한 일본 프로야구 최다홈런 기록(55개)을 넘어서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9월 25일 광주 기아전의 시즌 55호 홈런 이후 여섯 경기 동안 홈런을 때리지 못했던 이승엽은 이날 4번타자로 기용돼 2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투수 이정민(24)의 3구째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1백20m짜리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이정민의 투구는 시속 1백37㎞의 직구였고 바깥쪽에서 약간 가운데로 몰린 공이었다. 이승엽은 바깥쪽 높은 직구(볼), 바깥쪽 낮은 직구(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가운데로 쏠린 공을 놓치지 않고 걷어올렸다.

이승엽은 홈런임을 직감한 듯 천천히 1루를 향해 출발했고 타구가 담장을 넘는 것을 확인한 뒤 관중석을 향해 팔을 쭉 들어 홈런 신기록의 탄생을 알렸다.

이승엽이라는 존재는 이번에도 역시 마지막 순간에 빛났다. 화려한 스타의 진면목을 보여주듯 이승엽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였던 6차전에서 극적인 동점 3점 홈런을 때렸다.

지난해 심정수(현대)와 끝까지 경합을 벌였던 홈런왕 레이스에서도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광주 기아전에서 연장승부 끝에 47호 홈런을 터뜨려 홈런왕을 차지했다.

베이브 루스(뉴욕 양키스)의 한 시즌 최다홈런을 넘는 61호 홈런을 쳤던 로저 매리스(뉴욕 양키스), 이제는 역사의 저편으로 넘어간 오 사다하루의 시즌 55호 홈런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나왔다.

AP,AFP,교토통신등 주요 외신은 물론 e조은뉴스 편집국 기자들도 이승엽의 아시아 홈런 신기록 수립 사실을 신속히 보도하고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조은뉴스 편집국기자들은 이승엽이 메이져리그에서 뛰기를 희망하고 있는만큼 세계인의 무대에서도 좋은 활약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한시즌 최다홈런의 기록을 급전하며 흥분하기도 했다.





기사입력: 2003/10/03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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