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차단 유전자, 뇌에서 통증을 억제
만성통증 및 광범위한 뇌질환 치료법 등 ...신약개발의 실마리가 될 전망
 
고재만

뇌 질환에서 의식을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가 오히려 통증을 억제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됨으로써 통증 감소를 위한 치료법 등 신약개발의 새로운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김유승) 신희섭 박사팀은 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의 일환으로 연구를 수행해온 결과, 수면 간질 등에서 의식차단에 관여하는 유전자(T-타입칼슘채널)가 뇌에서 감각신호를 받아드리는 관문역할을 하는 시상핵에서 통증을 억제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KIST 신희섭 박사는 “연구결과 뇌에서 감각신호를 받아드리는 역할을 하는 시상핵이 일반생쥐의 경우 통증신호를 차단하여 더 이상의 통증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게 되지만, 시상핵에서 T-타입 채널을 제거 한 변이생쥐에서는 통증신호가 여과 없이 그대로 뇌로 전달되어 더욱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T-타입채널은 수면 중이나 간질을 비롯한 여러 가지 뇌 질환에서 의식을 차단하는 유전자로 잘 알려진 유전자다.

미국 뉴욕대학의 릴라이너스 (L"linas) 교수가 제시한 신경질환의 통합이론에 따르면 치매, 파킨스씨 병,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 다양한 뇌 신경질환이 이러한 시상핵의 T-타입채널의 의식차단기능과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는 이러한 의식차단 유전자가 왜 존재하는가? 신희섭 박사팀의 연구결과는 이에 대한 해답을 준다.

시상핵은 일반 감각신호와 통증신호를 구별하여 반응하는데 통증신호의 경우 T-타입 칼슘채널 유전자를 활성화 시켜 더 이상의 통증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그 동안 학계에 보고 된 바 없는 새로운 통증조절메커니즘으로써, 우리의 뇌가 수동적으로 외부의 모든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이를 선별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새로운 통증조절기전을 이용하게 되면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한 치료법이나 약물개발이 크게 진전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상핵은 거의 모든 종류의 통증신호가 지나가는 길목으로 이곳에서 작동하는 의식차단 유전자를 이용한다면 다양한 종류의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꿈의 진통제’가 개발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응용하여 여러 가지 뇌 신경질환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통합 치료제가 개발 될 수 있을지 여부도 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기사입력: 2003/10/02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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