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남탓만 할건가
 
e조은뉴스

암울했던 정권치하에서도 이러지는 않았는데’란 말을 최근에 들어 많이 듣는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요즈음은 날만 새면 서로 니탓이다, 네 탓이다로 헐뜯기 경쟁을 하고 있으니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런 모습들은 부끄럽지만 우리 정치의 일그러진 자화상 처럼 보인다. 지금 우리 정치권은 구태의연한 사고와 굴절된 근시안적 안목만 있는 것 같다.

정치권이 이런 모습을 보이다보니 노대통령의 재신임 문제가 터져 나와도 정국을 수습할 제어력과 통합력이 없는 것이다.
우리 정치권이 어쩌다가 이런 모양새로 전락하고 말았는지 답답하다.

우리 정치권은 이제 서로 네 탓이다고 헐뜯는 자세를 보여서는 안된다.

모두가 냉철하게 자성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역대 정권의 보호아래 탄생된 정권이다 보니 그로 인한 폐해를 지나치게 의식해 너무 탈피적인 권위에 연연하며 스스로 권위와 리더십을 포기해 버린 우를 범했다.

한마디로 코드가 맞느니 맞지 않느니가 거론될 만큼 서둘러 정치권과 언론을 상대로 대립을 하다보니 국민 모두가 대혼돈에 빠진 결과를 가져와 국정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여당인 민주당마저 분할되면서 여야의 건설적 동반관계가 훼손됨과 동시 다른 당 소속의원들을 보는 시각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뀌었다.

입에 담지못할 험담과 욕설이 난무하는 저열한 행태가 빈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에서 의회민주주의가 가장 잘돼 있는 나라는 영국이다.

우리정치도 영국처럼 의회민주주의가 뿌리내릴려면 정치인들의 자세와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민생안정을, 정치권은 민생법안 마련과 선진화된 정치로 바꾸기를 주문한다.
만약 정부와 정치권이 민생을 외면한 채 지금과 같은 정책과 이념 논쟁만 하게 된다면 국민들 분명히 다른 심판을 하게 될 것이다.

내년 봄으로 예정돼 있는 총선에서 선택을 받으려면 이번에는 거듭나야 된다.

하기야 오랜 역사를 통해서 만들어진 정치 문화와 전통을 하루 아침에 뜯어고치기란 주문이 무리인 줄은 안다.

하지만 이런 정치문화와 권력문화가 개혁되지 않고 좋은 정치, 좋은 정치인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같은 일이기 때문에 이같이 주문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대로 정치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는가. 오랜 역사적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과거의 덧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우리는 80년대 후반 이후에야 겨우 절차적, 외형적 차원에서 민주정치의 틀을 갖추고 다각도로 정치개혁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인정한다.

물론 개혁은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를 산출해 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우리 정치의 질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권력의 절대화, 특권화, 사유화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제도와 관행속에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정치가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 물신주의의 위험은 아직도 우리 주변에 그대로 남아 보이지 않게 우리의 행동과 의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권력 물신주의,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끌어 들이는 블랙홀과 같은 정치권력에 대한 경계와 긴장을 정치인들은 늦추지 말기를 기대한다.

2003년 10월 27일 월요일 ~ 11월 2일 일요일

기사입력: 2003/12/09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