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사무실 집기 초호화판 이래도 되나
 
e조은뉴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처럼 겉치레만 그럴듯하게 꾸며 과시하려는 것은 소인배들이 하는 짓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울산시교육청은 내년 3월 신청사 이전에 따른 사무실 집기 구입비로 교육감실은 부속실을 포함해 7천71만원, 부교육감실은 2천883만원, 기획관리국장과 교육국장실은 각각 2천126만원씩 등 간부 4명의 사무실 집기 예산으로 1억3천600여만원을 책정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여기에다 교육위원회 의장실 2천359만원, 부의장실 1천754만원, 교육위원실 3천21만5천원, 의사국장실 1천754만원 등을 합치면 총2억2천500여만원의 예산을 책정해 초호화판으로 꾸미려고 한다는 것은 어떤 경우든 납득이 않된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아나바다’의 실천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지금,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아방궁을 차리려고 작정을 한것인지 초호화판으로 사무실을 꾸며놓고 무슨말로 학부모들과 시민들에게 납득시킬 것인가.

교육청의 모든 예산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돈이다. 자신들의 돈이 아니라고 마음대로 낭비하고 집행해도 되는지 대답해 보라.

차라리 그런 예산이 있다면 결식아동들을 지원하는 편이 훨씬 아름답고 교육자적인 양심이다.
이 문제를 두고 교육청이 어떤 변명을 늘어 놓을지 모르지만 이 문제는 변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물론 새로운 건물에 입주할 때 모든 집기들이 새것이면 더할나위 없이 기분은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나라경제가 바닥을 헤메고 있고 온국민이 근검절약으로 불황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 마당에 모범을 보여야 될 교육청이 간부 사무실을 꾸미기 위해 개당 357만원이나 하는 책상을 들여 놓는 등 사치성 예산 편성을 했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변명할 수 없다.

사무실 집기가 낡아 업무처리가 안된다면 당연히 바꿔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기존의 사무집기를 사용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만약 신청사에 헌 집기가 아닌 새집기를 들여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면 사람도 새사람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울산시 교육청에는 많은 문제들이 감지되고 있다.

논문편수 조작관련 사건과 더불어 교육위원회 임시회에서 교육행정에 대한 답변을 해야할 교육감이 공식적인 일정도 아닌 교원공제회의 만찬회에 참석해 1박2일 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도 울산시교육청의 해이해진 자화상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논문편수 조작사건이고 넓은 사무실 공간이며 고가의 집기 구입이다.

이런 모습들은 사무실 공간을 넓게 잡아 방문객에게 위신을 세우려는 대기업 처럼 관공서인 울산시 교육청도 그렇게 보인다.

외국의 유수한 관공서에 들어가 보면 의외로 그 공간이 협소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큰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의 경우도 대부분 관공서나 공공기관에서 쓰는 사무실이 대형인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외국인들과 회의할 때도 넓은 공간보다는 탁자와 의자를 밀착시킨 좁은 공간에서 진행한다.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울산시 교육청은 어떤 모습인가. 부끄러운 모습이다.

몇 해전 민간 빌딩을 빌려 사용하던 어느 장관의 집무실이 기준 50평을 훨씬 초과하는 호화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언론의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몇 해전 일부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터무니 없이 넓은 청사를 짓는 바람에 빚더미에 오른 사실을 울산시교육청은 깊이 새겨야 된다.

사무실의 넓이 만큼 대민 서비스 향상을 생각하고 울산교육 발전을 위해서 교육자적 양심에서 모든 행정 업무를 처리하길 기대한다.

2003년 11월 3일 월요일 ~ 11월 9일 일요일


기사입력: 2003/12/09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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