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 논란 , 시장정상화 계기로 삼아야
 
e-조은뉴스

노무현대통령이 시장원리에 따라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힘에 따라 분양원가 공개여부 논란에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분양원가 공개요구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주택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여 왔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주택업체들이 공공택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받아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하기 보다는 폭리를 취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과 건설교통부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공공주택에 대해 건축비 등에 맞춰 분양가를 책정하는 "원가연동제" 도입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당-정은 시민단체 등이 요구해온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선 "원가연동제를 도입하면 분양원가 공개를 따로 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사실상 도입하지 않키로 했다.

최근 5년간 서울시의 아파트 평당분양가는 2배 이상 상승한 반면 근로자 월평균 소득증가율은 30%, 그리고 물가상승률은 15%로 나타나 평당 분양가가 얼마나 큰 폭으로 상승했는가 짐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분양원가 공개 찬반논란이 증폭돼 왔다.

분양원가 공개 찬성론자들은 주택건설 업체의 과도한 분양가 산정을 억제하고,폭리를 방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원가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분양가는 분양주택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여 결정된 것이지 원가를 기초로 해서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양원가 공개는 주택가격 안정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부동산 투기와 주택공급 감소로 오히려 주택가격이 상승,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며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역설한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찬성론과 반대론 모두 일면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나 대부분의 주장은 소비자나 공급자 어느 한쪽으로 편향돼 있거나 주택시장의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 따라서 분양원가 공개라는 사회적 이슈를 계기로 소모적 논쟁보다는 우리가 안고 있는 비효율적 주택시장 구조를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오죽했으면 노 대통령까지 직접나서 진화에 나섰겠는가.

현 시점에서 개선해야 할 주택시장의 최우선 과제는 시공사나 시행사에 부당하게 귀속되고 있는 공공택지의 개발이익 환수와 후분양제를 민간부문까지 확대함으로써 주택 분양시장을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행 공공택지 공급체계에 따르면 토지는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한 채 강제적으로 수용하고, 공공택지는 개발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선에서 규제된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아파트는 공급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분양제아래서 시장원리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

그 결과, 주택경기 과열기에는 주택건설업체가 추첨에 의해 공공택지를 저렴하게 분양받은 뒤 주변시세를 반영해 고가로 분양하거나 전매를 통해 폭리를 누리는 제도적 모순을 드러냈다. 따라서 공공택지 공급체계의 개선은 사업단계별 자원배분 방식을 일원화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선분양제 아래선 주택경기 과열기에 택지가격 상승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공택지 공급체계의 개선과 함께 후분양제를 민간부문까지 확대하여 분양주택시장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차제에 정부 또는 공기업에 귀속되는 공공택지 개발이익이 저소득층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에 사용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국가에서 기업활동의 자율권과 경영의 노하우를 보장하는 것도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시장이 공정한 룰에 의해 정상적으로 작동될 때만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아파트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만성적인 수요초과에다 분양가가 턱없이 높다는 것이다. 원할한 공급을 위해 주택시장을 민간부문에 맡겨놓았지만 수익만 추구하는 건설업체들에 의해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결국 시장의 실패로 나타났기 때문에 정부와 공기업이 직접 나서서 이를 보완하는 데 앞장서야할 의무가 있다.

아울러 주택분양시장의 폭리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왜곡된 주택시장 구조를 바로 잡는 정부의 노력뿐만아니라 왜곡된 가격을 거부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합리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와 소비자 모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moonsj4758@hanmail,net)


기사입력: 2004/06/11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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