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선거때만 필요한 투표기계인가?
국민의 말에 귀기울이는 민주를 원한다.
 
관리자

국회의원들과 정부는 국민에 대하여 언제나 안하무인이었다. 국민앞에 충성을 맹세하고 무릎 꿇겠다고 말할 수 있는 유통기간은 선거운동 시작부터 투표가 끝날 때 까지만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다. 과연 이들은 ‘국민의 한표’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이들이었다. 국민들의 관심도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정확한 유통기한을 지키는 ‘깨끗한 정치인’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지 않은가.

한표를 얻고 나면 뒤도 안돌아보고 달라지는 그들에게 속는 국민의 이야기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국회와 정부의 시나리오이지만 매번 상영이 끝날 때마다 드는 허탈감과 분노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네’라는 씁쓸한 뒷말만을 남긴다. 물론 소중한 한표에 보답하고자 국회에서 치열한 몸싸움을 보여주고, 인터넷을 이용해 서로를 비판하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한편 정부는 최근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하여 대대적인 홍보정책을 내놓았다. “멕시코시티가 서울보다 낫다” “북경이 서울보다 낫다”는 등 한국 정부만의 비교 및 선전으로 얼룩진 광고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초지일관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계획하고 있을 뿐이다.

매번 선거때마다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달라고 강력하게 울부짖는 이들이 가장 중요한 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국민의 의견에 대해 귀를 닫고 열 줄을 모른다. 지역개발의 균형을 위해서라는 말만 자동응답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정부에게 국민은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나섰다. 아직까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하여 국민을 설득하기 보다는 자극시키는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는 현정부가 과연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국민의 ‘한 표’는 선거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 국민은 행정수도이전 뿐 아니라 다양한 정치 참여를 위한 국민투표 정책의 도입과 활성화를 바라고 있다. 국민소환제를 비롯하여 정치인들이 잘못했을 때,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답답한 청문회가 아닌 진정한 의미로써 국민이 행하는 청문회를 통하여 그들의 잘못에 대한 핵심적인 질문을 하고자 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정말 국민의 ‘한표’가 필요한 때가 아니라면 대체 국민들의 한표는 언제, 어디에 필요하단 말인가.

우리가 원하는 민주사회의 도래는 국회의사당에서 몇 십명 모인 국회의원들이 통과시킨 정책적 결과가 아니다. 정치선전의 유통기간동안 썩지 않는 정신으로 표를 얻으려 했던 것처럼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의 의미다. 더불어 국회의원들이 모여 하루만에 의결시켜버린 정책이 아닌, 주요현안을 국민투표를 비롯한 방법으로 국민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이 민주이다.

국민들을 단순히 선거때만 필요한 투표기계로 여기지 말라. 우리 국민들은 썩은 정치는 얼마든지 반품시킬 수 있는 판단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당신들이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한 이유는 국민들의 투표를 선거때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진정 필요한 때는 선거철이 아니라 당신들이 판단하지 못하고 보지 않으려 하는, 얼룩진 정치적 현실임을 기억하라.


기사입력: 2004/08/01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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