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칼라 정치 시대
색깔론과 흑백시대의 잔재, 독재정치
 
e조은뉴스

이제 정치계도 바야흐로 300만화소의 칼라를 구현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다양한 논쟁으로 품질을 자랑하던 정치인들의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도화된 정치적 싸움의 기술이 발달한 끝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치의 수준을, ‘완전평면’ TV로 끌어올린 것이다.

색깔론 논쟁을 비롯하여 유신시대, 독재정치까지 들먹이는 정치판은 굴곡도 없이 한가지 소재만 잡았다하면, 똑같은 논쟁을 되풀이하고 있다. 잊을만 하면 거론되는 친일파 논쟁과 빨갱이 논쟁은 칼라 TV를 자꾸 흑백의 과거로 돌려놓는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명품 참여정치를 주장하던 현정부의 품질이 의심스러워지는 시국이 아니겠는가.

항상 정치와 경제는 분명하고 확고한 선을 그어야하는데, 건국 이래 가장 국민들을 어리석게 판단하는 정부가 들어선것인지 당파싸움은 그칠 날이 없다. 시국이 혼란스러운 만큼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한마디, 한마디 할때마다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여 거리엔 함성이 그칠 날이 없게 되었다.

여당, 야당할 것없이 모순된 정치적 발언으로 끝없이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가운데, 여당은 "독재자의 딸"이라며 야당의 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독재자의 딸, 유신시대의 주요인물 등 박근혜의원에게 꼬릿말처럼 따라붙는 수식어들은 갑자기 흑백시대인 유신시대로 화면을 돌리는 듯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껏 유신시대와 독재정치 등의 발언으로 과거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이던 정부는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 방한시 과거 "일본식민지사에 대해 말하는 것은 현정부가 있는 기간동안은 하지 않겠다" 라는 모순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토록 친일파진상규명에 나서고자 했던, 흑백텔레비젼같던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언은 박정희 전대통령의 친일파 행적을 규명하는 것과 대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모순이었다.

이에 질세라 야당의 박근혜 대표는 평소 유순하고 조용하던 성격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당쟁을 불러일으켰던 색깔론에 이어 "헌법을 못 지킨다면 대한민국은 간판을 내려야 한다"라는 발언을 해 큰 파장을 일으킨 바가 있다. 아버지에 대한 친일파 규명, 정수장학회에 연루된 것이 억울해서인지, 자신도 이 정치쇼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지 햇가릴만큼 갑작스러운 변신이었다. 박대표는 모처럼만에 인간적인 모습을 버리고 정치인다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는 그저 정치쇼에 합류한 "또 다른 별"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단지 현재의 인기에 힘입어 "노사모"를 만들어냈듯 한번 강한 폭탄을 터트려보고자 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대부분의 반응이다.

친일파에 대해 집착하는 현정부. 그러나 일본의 과거사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말속에 숨은 뜻이 의문스럽기만 하다. 일본인들과는 국민들의 표를 나눠갖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매번 일본에 굽실거리는 자세를 과거 지향이 아닌 미래지향적인 칼라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둘러대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자존심은 지난 1945년 8월 15일, 그 아름다웠던 함성을 영원히 묻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계속되는 색깔론과 유신정권, 독재자의 딸 논쟁속에서 가치판단조차 모호해지고 있다. 이것이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새로 발견된 국민들을 우매하게 만드는 정치기술인지도 모른다. 치열한 논쟁이 아닌, 반복되는 논쟁.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없이 국민들이 잊을 때쯤 되면 채널을 돌려버리는 현정권의 관계자들은 보다 희망적인 칼라의 정치를 구현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색깔은 빨강과 흑색, 백색뿐이다. 빨갱이 논쟁이거나 정치의 구시대적 유물론에 대한 답습이거나 아무것도 없는 칼라가 오늘날 이들이 열렬히 펼치고 있는 정치의 모습이다. 보다 형형색색의 정치로 무지개빛깔의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국민들의 표에 대한 보답이라는 것을 아는 야당과 여당이 뻔뻔스럽게도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쇼만 보여주고 있다. 흑백으로 바꾸었다가 빨갱이 칼라로 바꾸는 식의 정치는 식상하게 여겨져 국민들의 눈만 버리고 귀만 아프다. 이제 리모콘은 국민들에게 돌려주어라. 우리가 원하는 정치만 보고 우리가 듣고 싶은 정치만 듣겠다. 안타깝게도 당신들은 국민들을 더이상 속일 수 있는 치열한 논리가 없지 않은가. 처음부터 정치 채널의 선택권은 우리에게 있음을 한순간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기사입력: 2004/08/07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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