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언행유감
이중적 잣대에서 벗어나야
 
관리자

노무현 대통령의 언행이 다시 도마위다. 지난26일 헌재(憲裁)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과 관련, “국회의 헌법상 권능이 손상됐고 정치지도자와 정치권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고 한 말이 일파만파다.

노 대통령의 이 언행을 “누구도 (헌재 결정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던 전날 시정연설의 내용과 견줘보면 어쩔 수 없이 헌재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지만 마음으로는 승복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우리 헌법은 헌재에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판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국회가 다수결로 입법한 법률이라 하더라도 헌법에 배치될 수 있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것을 국회가 입법한 것이다.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은 모두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지만, 바로 ‘선출된 권력’을 이유로 헌법의 한계를 벗어나는 과도한 권력 행사를 할 수 있으니 이를 견제해야 한다는 취지가 헌법의 기조인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잇따른 언행은 헌법이 법률의 위헌 심판 권한을 헌재에 부여한 근본 정신을 부인하고 헌정(憲政) 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그렇지 않아도 헌재 결정 이후 "노사모"는 헌재 앞에 몰려가 ‘헌재 탄핵’을 주장하고, 열린우리당의 중진 의원은 이들 앞에서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군사정권에 빌붙었던 기득권의 핵심 본산”이라는 선동 연설을 하는 판이다.

대통령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이런 헌법기관 모독행위를 자제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앞장서서 부추기는 듯한 언행을 유발하게 되면 국민의 헌법관과 국가관은 변질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국회의 입법권이 헌재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헌정 질서의 혼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회는 권능 회복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헌법이 부여한 헌재의 위헌법률 심사권을 제한할 필요성을 앞장서 제기한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이 말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일에 헌재가 더 이상 제동을 걸지 말라는 압력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은 취임시에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겠다’고 선서하게 되 있다. 또 노대통령도 그렇게 했다. 그 대통령이 지금 헌재가 헌법이 부여한 권한과 기능을 합법적으로 수행한 데 대해 이런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어불성설한 중대사태다.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그 헌법수호의 책임을 거부한다면, 그럼 누가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 탄핵사건 때 국회가 정상적인 법 절차를 밟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은 노 대통령의 잘못 정도에 비해 의회의 결정이 지나쳤다는 이유로 이 사건을 기각했다. 대통령은 헌재가 헌법 정신과 재판관의 양심에 따라 내린 판결의 혜택을 입은 것이다.

그런 대통령이 헌재가 똑같은 헌법 정신과 재판관의 양심에 따라 내린 결정에 대해 이처럼 이중적 잣대로 공격을 퍼붓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헌법을 준수하고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이처럼 무헌법적(無憲法的) 상황을 조장하는 언행을 발설하는 것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겠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지금의 당혹과 혼란과 의혹을 정리해야 한다.

기사입력: 2004/10/28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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