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혀버린 선조들의 혼을 찾아...
운곡(雲谷) 배병필 등 95인의 문사가 만들어낸 아암시중
 
강승용 기자

아암음사시선(兒巖吟社選)의 유래와 보존

불과 50년도 채 안된 역사의 뒤안에 우리들의 혼과 귀를 열어주던 경북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 아기봉산을 중심으로 모였던 문사(文社)들이 있었다.

아암음사시선을 읽고 순간 무심한 뒤통수를 조상제현들의 회초리로 얻어 맞는가 하는 충격과 반성이 엄습한다.

한소절, 한귀절 애틋하고 뜻빛있는 높은 우뢰송이요, 부드럽고 연약한 이슬 머금은 "풍란"(風蘭)의 자태와 같다.

어떤이의 싯귀는 폭포수와 같으며 또 다른 문사는 세우(細雨)와 같다.

경주시 외동읍 입실리 아기봉산 정상에는 "아암"이라는 기암이 있었는데 설화구절에 의하면 동해바다의 마고선녀가 내려와 아이를 분만했다는 것이다.

이곳은 신라천년의 구구절절한 역사속의 한자락이며 남양문사의 통일과 유업을 이어온 선비들의 숨결이 어린곳이다.

북으로는 무영탑의 신비로 통했고 남으로는 관문신전을 사이에 두고 국경의 축이요, 동으로는 봉서산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치술령을 접하니 망부석의 유적을 증거한다.

해방을 맞고 격동의 이념과 헤게모니에 휩쓸리던 그시절. 청정대비구와 같은 신선함으로 95인의 선비들이 1958년을 기점으로 삼월삼진날 모임과 구월구일날 회음(會飮)을 이루었다.

각자 한수의 시를 읊어 책자를 만들고 모임의 같은 운자에 자손들과 선조들의 세의(世誼)를 두텁게하려는 의도에서 조성되었다.

이러한 향토애와 유습의 고귀한 뜻을 헤아려 운곡(雲谷) 배병필문사의 아들 "배용길"님께서 50년동안 묻혀있던 서책을 수소문하던 중 고향친구인 정영원씨로부터 건네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다시 세상밖으로 드러내게 하여 "아암음사선집"이란 표제로 거듭나게 되었다.

국역에 힘을 다하신 "조철제"선생 또한 음지에서 조상과 선배들의 시고(詩稿)를 매듭하신 열성을 기억하면서 아암음사 계원 운곡(雲谷) 배병필, 화하(華下) 김우진, 송운(松運) 백두관, 낙초(洛樵)이진영, 소암(小巖)이종륜 문사를 비롯한 95인의 금꽃같은 아암시중을 재탄생 시켰다.

아래에 한편의 목차시를 소개한다.`

마고유적몽의미 선거산공조자비(麻姑遺跡夢依微 仙去山空鳥自飛)
봉래방장응지차 향사란정고역희(逢來方丈應知此 香社蘭亭古亦稀)
백화풍경홍류간 만수연람취적의(百花風景紅流澗 萬樹烟嵐翠適衣)
춘삼추구상봉일 백수친붕만좌위(春三秋九相逢日 白首親朋滿座圍)

마고선녀 유적이 꿈속에 희미한데 선녀 떠난 텅 빈 산새들남니 지저귄다.
봉래와 방장은 응당 이 곳을 알 것이고 향사와 난정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었지.

온갖 꽃이 드날리자 석간수 붉게 흐르고 나무 숲 뿌연 안개에 옷자락 푸르게 젖는구나.

삼월과 구월에 다시 서로 만나니 흰머리 친한 벗님들 자리 가득 메웠구나.

기사입력: 2004/03/06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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