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나
 
정성수

어머니가 큰 무쇠 솥이 걸려 있는 아궁이에 불을 땝니다. 나무부지깽이 끝에 불이 빨갛게 붙어 있습니다.나는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좋게 보였습니다. 어머니가 잠시 땔감을 가지러 헛간으로 가신 사이 나는 불이 붙은 나무부지깽이를 들고 허공에 원을 그려보기도 하고 또 톱날 같은 모양으로 산을 그려보기도 하였습니다. 파랗고 가는 연기가 허공에서 실낱같이 춤을 춥니다. 너무너무 신나는 놀이였습니다. 땔감을 가지고 부엌으로 돌아오신 어머니가 이 광경을 보셨습니다. 나는 얼른 나무부지깽이를 등뒤로 감추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표정만 살폈습니다. 뜻밖에도 어머니는 웃으시면서 "그게 그렇게 좋으냐?"고 물으셨습니다.

지금 내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였다면 나는 큰 소리로 "불장난하지마. 잘못하면 불난다. 임마"라고 호통을 쳤을 것입니다. 그 때 아무 말도 않으시고 조용히 바라만 보시며 웃으시던 어머니 마음과 지금 내 마음과는 똑같은 부모 마음인데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작 노트 : 어머니의 마음은 바다같이 넓고 내 마음은 대추씨만 합니다. 천지간에 그렇게 넓은 오지랍을 가진 사람은 어머니, 당신 뿐 입니다. 오늘밤은 유난히 당신이 그립습니다. 어머니....
기사입력: 2004/04/20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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