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정성수 시인




이 세상에 와서
선물이라도 주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말
내 몸을 하루 밤이라도 내주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없다. 늘 갖고 싶은 것들 뿐이었다.
내 손안에 가지고 있던 것조차 아까워했던 날들.

사랑도 그랬다.
네가 나를 쳐다봐 주기를 바랬고
네가 먼저 손을 뻗어오기를 기다렸다.
그 때, 비로소 일어섰다. 너와 길을 가는 동안에도
늘 그런 식이었다.

눈이 지상에 내려앉자마자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왔다간다는 것이 순간이다. 눈은
부서져가면서 모든 것을 내주고도 웃는 듯이 간다.
나도 한 번은 내 몸조차 선물인 듯
너에게 내주면서 뿌듯이 가야 한다. 길이 끝나기 전에.

**시작노트 : 지난 겨울에 네가 한 일을 나는 알고 있다. 골목에서 울고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시치미를 떼며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또 길을 갔다는 것도, 그렇다. 사는 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시치미를 떼며 가야 하는 일. 오늘은 바람이 분다. 바람둑에 서 있는 너는 누구냐? 선물 꾸러미에 바람이 들어가는구나






기사입력: 2004/04/23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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