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정성수 시인



처음에는 한 장의 종이에 지나지 않았다.
미술 시간에는 만만한 화지가 되고
때로는 심심한 아이의 종이 비행기가 되는
하찮은 일상이었다.
태어난 의미를 몰랐다.
살아가는 이유조차 알 필요가 없었다.
그냥 살았다.

삼월 하늘처럼 젊고 패기 찬
신참 선생님이 담임이 되어
교실 문을 힘차게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음양의 이치와
건乾곤坤감坎리離의 의미를
우리들의 가슴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우리들은 태극기가 되어 갔다.

아. 태극기는
짓밟히고 찢기어도 바람에 펄럭이고
부딪치고 터지는 길 복판에서도
이를 악물고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들은
붉어도 아름다운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으면서
너와 나의 강을 건너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태극기가 된 후에 알았다.
붉은 깃발과 파란 깃발을 내동댕이치고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게양대 아래 서기 위하여
세상의 종이들은 태극기가 되어야 한다.

***시작노트 :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그 안에 당신이 있는가? 있다면 당신이야말로 태극기다. 태극기는 언제나 마음속에 있는 것 그려보고 또 그려봐도 태극기는 영원히 태극기이다.


기사입력: 2004/04/23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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