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김선생
 
정성수 시인


한 동안 소식이 없던 김선생이
퇴직을 했다며 어느 날,
할부 책장사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교사 시절에는 그렇게
올곧게 당당하더니
후줄근한 모습으로 동냥그릇 내밀 듯이
할부 책을 내미는 것을 보고
미래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할부금이 부담스러웠지만
덥석 안고 보니
김선생은 풀먹여 달인 새 옷이 되어
소풍이라도 가는 아이인 양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시작노트 : 뇌성벽력이 일면 복지부동 합니다. 큰 바위를 만나면 비굴해집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김선생은 풀이 죽어 말합니다. 우리들 모두 머지않아 김선생이 되겠지요. 동의하시나요?

기사입력: 2004/04/24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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