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구이
 
정성수 시인


















구이통 속에서 살 타는 냄새가
큰길까지 고혹적인 몸매로 출렁이고 있다.
다비茶毘에서 소리 죽여 흐느끼는 보살菩薩들을
담장 아래 만개한 개나리가 위로하듯이
통닭구이가 맨살을 보여주고 있다.
온 몸에 분칠을 하고 연옥煉獄 유황불을 견디어 낸
통닭구이. 잘 만났다는 듯
다리 하나를 쭉 뽑아들자
나신이 부끄럽다고
초면에 무슨 무례한 짓이냐고 움찔한다.
누구나 저렇게 돌아갈 것이다.
세상에 올 때는 홀랑 벗고도
큰소리치며 왔지만
갈 때는 베옷 한 벌에도 부끄럽게 갈 것이다.
한 때는 화려히 옷을 걸치고
목청을 다듬어 이승의 새벽을 열었으리라.
쉰 목소리가 주린 배를 채우려
골목을 탁발托鉢하러 헤매다가 시주施主라도 만난 날
아, 창공을 날고 싶어 출렁이는 아랫배로
슬픈 날갯짓을 했을 것이다.
육신을 공양하여 지은 죄 사赦하려고
벗은 몸이 지금 눈부시다.

***시작노트 : 한 번은 옷을 벗어야 한다. 더러운 세상의 냄새나는 삶의 옷을---- 언제 우리가 서로의 옷을 벗겨줬던가. 생각하면 옷을 껴입기 바빴던 날들. 나신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마음의 때가 부끄러웠다. 삶이 부끄러웠다. 홀랑벗고 함께 누워보자. 밤하늘의 별이 찬란하다.



기사입력: 2004/04/25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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