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날
 
정성수 시인

매화꽃이 아찔하게 필 때는
봄이 아득할 때.

목련이 배시시 옷고름을 물 때는
봄이 가슴까지 차 오를 때.

철쭉꽃 얼굴이 화끈거릴 때는
봄이 치마 밑에서 붉게 탈 때.

아지랑이 쉬엄쉬엄 언덕을 넘어가면
환장하며
나도 따라가고 싶은 봄 날.




***시작노트 : 봄이 처녀 가슴에 붉게 오면 봄은 총각 가슴에 뜨겁게 온다.
물레방앗간에 달 뜨면 보라, 물레방아가 돌아가면서 내는 신음 소리는 봄이 몸을 들썩이며 이 땅에 오는 소리다.아-- 이 땅을 흔드는 저 소리.


기사입력: 2004/05/02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