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당화
 
정성수 시인


가시를 삼킨 아픔 때문에
꽃은 붉다.
산당화는 애시당초 그대를
못 오를 나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사랑하는 일은 이렇듯
자세를 낮추어 해야 하는 일.
정말이지
관절이라도 꺾어야
꽃은 핀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진즉 갈비뼈라도 빼주었을 것을.

바늘로 손끝을 따 검은 피를 뽑아내야
체한 것이 내려가듯이
가시로 제 온 몸을 쪼아
선혈이 낭자할 때 사랑은
고통 속에서도 향기로운 상처이다.
아니면 제 손가락으로 제 눈을 찔러
두 눈이 먼 뒤
꽃이 붉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비로소 산당화는 봉긋 꽃문을 연다.




기사입력: 2004/05/04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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