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리와 황소
 
정성수 시인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되새김질하는
황소의 콧잔등에 앉아서
쇠파리가 코웃음을 치는 것을 보며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큰 것을 열망하고
미물을 우습게 보았나를 생각한다.

궁핍을 씹는 날에도 몸은
이 땅 어디라도
가고 싶을 때 날아갈 수 있는
쇠파리의 일생을 조망하며
아침에 해가 떠
저녁 이슬이 내릴 때가지
과연 어떤 삶이 진정한가를 찾아본다.

쇠파리가 동선動線을 하늘 높게 늘일 때
황소는 말뚝 끝이
생의 전부라는 생각에
작고 가벼운 자유와
크고 우람한 구속의 색깔을 떠올린다.

***시작노트 : 배부른 돼지보다 차라리 배고픈 강아지가 났겠다, 우리 안의 제약보다 고샅길에서 달을 보며 마음껏 짖어댈 수 있는 자유를 택하겠다. 지금 그대가 누리는 자유의 맛은 어떤가? 쓴맛? 단맛? 밤을 세워서라도 답을 찾아 메일을 보내라.

기사입력: 2004/05/04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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