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향에게 한 수 배운다
 
정성수 시인



---스승의 날에 부쳐 ---

창가에 다소곳한 천리향의 향기가
교실을 채우고 창 밖으로 넘친다.
개구쟁이 노마를, 삐지기 선수 연아를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그래, 그래, 다 그렇게 자라는거야.
그들을 인정하면서.
볼품 없는 제 꽃은 없는 듯 피었다져도
향기만은 천리를 가는 천리향.
별 볼일 없는 꽃에서 위안을 받고
작은 꽃향기에도 살이 찐다는
평범한 진리도 몰랐던 부끄러웠던 날들.
아이들이 돌아간 빈 교실에서
아이들이의 키에 눈을 맞추고
아이들의 가슴을 덮혀주는
작고 사소한 일들을
베푸는 아름다움을 아는 천리향에게
맨 앞자리에 앉아서
머리 조아려 한 수 배운다.

---시집 : "나무는 하루아침애 자라지 않는다" 중에서---

기사입력: 2004/05/14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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