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을 때면서
 
정성수 시인



아궁이에 장작불을 밀어 넣다 보면
생은 언제나 숯덩이로
검게 끝나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면
삶은 잿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활활 타던 불길이 사그라진 뒤
뜨뜻한 구들장을 짊어지고 갈 수 있는 것도
신열에 시달리는 인고의 시간 덕이었다.

나무가 껍질이 터질 때 울고 난 뒤
훌쩍 키가 크듯이
온 삭신이 녹아 내리는 슬픔도 알고 보니
한 줌의 재로 남은 뼈마디가
삶을 우려내던 진짜 눈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시직노트 : 그대 가슴에 불을 때 보라. 뜨거둔 불길에 마음을 데 거든그 때 사랑을 말하면 어느 날 훌쩍 큰 자신을 보리라. 가끔은 내 가슴에도 불을 지펴보자. 한 줌의 재가 당신의 뼈마디를 욱신거리게 하리라




기사입력: 2004/05/19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