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의 단상
 
정성수 시인

잊었던 꽃밭을 생각해 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꽃밭에 서보니
꽃과 나무들이 잡초 사이에서
보잘 것 없이 자랐습니다.
꽃들은 웃자라 불손하게 피어있고
나무들은 버르장머리없이
가지를 제 맘대로 뻗고 있습니다.
풀 한 포기 뽑아 준 일도
물 한 번 제대로 준 일도
땅 한 번 갈아엎어 준 일도
없다는 생각에 꽃들을 볼
면목이 없었습니다.
우리 집 꽃들은 왜 형편없는지
우리 집 나무들은 왜 저 모양인지
울타리 너머 옆집 꽃밭의 향기롭고
탐스러운 꽃들을 보면서
때늦은 후회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은 꽃이자 나무입니다.
관심과 사랑만이
탐스러운 꽃을 피게 하고
올곧은 나무로 자라게 합니다.

***시작노트 : 댁의 자식농사는 잘 되었나요? 세상의 어느 농사보다 자식농사가 제일이라는데---자식들이 자라고 있는 밭에 자주 나가 봤다면 때 늦은 후회는 없었을 텐데. 아뿔사 너무 늦었습니다. 자업자득입니다.

기사입력: 2004/05/28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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