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과장의 오십견五十肩
 
정성수 시인



오십 고개 넘어 길가에 주저앉아
시린 발목 주무르고 있던 변과장이
가로수에 다리 하나를 걸치고 볼일을 본다.
그것도 시원찮게 찔찔찔.

망가지고 깨져서 감가상각이 끝나
세우는 일조차 변변치 못해 그게 안 되는 날은
그것도 못하느냐고
거기도 못 찾아오느냐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한 가지가 없다며
아내는 쫑코를 준다.
오늘도 헛발질에 한 방 먹은
변과장은 더 바짝 오그라들고
아내는 등을 보이며 이내 돌아눕는다.

내게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아내의
비수匕首둔부에 앞자락을 밀착시키고
쌩땀을 흘리며
거친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나는
누구냐.
남자가 오십견을 앓으면 굴욕도
때로는 단맛을 내는가
뒤척이며 변과장은 밤새 생각을 더듬는다.

***시작노트 : 옛말에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란 말이 있다.요즘 같은 때 이렇게 말하면 다치지.양성평등 시대가 도래했고 일부에서는 "디저트론"이 등장하였다. 능력있는 아내를 외조하는 "셔터맨"을 지원하는 남성들과 아내가 일을 하고 남편은 집을 지키며 살림만 하는 "하우스허즈밴드(전업主夫)"들이 늘어나고 있다. 페트(애완동물)가 되어가는 남편들이여 허리를 세워라. 세우는 자만이 살아 남으리라.


기사입력: 2004/05/30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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