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정성수 시인



출근길에 아내가 현관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손에 쥐어 주면서
제발 돈좀 아껴쓰라며
이게 다 살강 밑에서 숟가락 줍기라고
고래 심줄 같은 이 돈이
다 당신 뼈ㅅ골 빠진 것이라고
이렇게 쓰다가는 살림 거덜나겠다고
일장 훈시를 한다.
이것 갖고 어떻게 일주일을 버티느냐고
기름 값에 커피 값에 턱도 안 닿는다고 나는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생각했다.
아무리 살강 밑에서 숟가락 줍기라고 하지만
여하튼 그 숟가락이라도 자주 주웠으면 좋겠다고.

유리지갑을 열면서
어느 날, 깜밥이라도 한 볼탱이 줍는 날이 없을까
로또라면 더 좋고
좀더 더 달라고 어린아이처럼 땡깡을 놨더니 아내는
눈이 찢어져라 흘겨댄다
그마저도 안 받으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에
얼른 꼬리를 내리고 후딱 짐어 넣었다.

용돈을 타는 날은 어쩐지
목이 컬컬하다.
오늘은 친구 봉구란놈을 불러내야겠다.

***시작노트 : 뱃가죽이 등에 붙은 지갑은 늘 허기에 지쳐있다. 언제 밥 한그릇에 배가 부르려나. 벼락이라도 돈벼락을 맞으면 죽으면서도 히히--행복할까? 죽으면 뭐해, 그 놈의 돈 있으나 마나지, 안 그래? 이 사람아?

기사입력: 2004/06/03 [00:00]  최종편집: ⓒ 호남조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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